26년 만에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가 폐지된다. 자녀 등 부양책임을 짊어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9일 ‘2025년 제3차 중앙 의료급여 심의 위원회’를 열고 2026년 의료급여 예산안과 주요 제도개선 사항을 보고했다. 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를 폐지하기로 의결했다. 2000년 도입된 이 제도는 부양의무자(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의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그 일부를 실제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부양비로 인정해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A씨가 의료급여를 신청했을 때 연락을 끊고 사는 아들 부부의 소득기준 10%가 A씨의 소득으로 간주되는 식이다. 소득인정액이 높아져 의료급여 수급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지원하지 않는 소득을 지원한다고 가정해 ‘간주 부양비’로도 불린다.
이재명정부는 이 제도 폐지를 국정과제로 정했다.
국가보다 가족이 먼저 부양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제도이지만 ‘빈곤 사각지대’를 낳는다는 비판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빈곤층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해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탓에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생계·주거·교육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는데 의료급여만 남아 있는 점도 폐지의 근거가 됐다. 복지부는 제도 개선으로 저소득층 중 최소 5000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 21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외래진료를 과다하게 이용하는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본인 부담 차등제도 내년부터 시행한다. 이 제도는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하는 외래진료에 대해서 본인 부담률 30%를 적용하는 제도다. 이때 외래진료 횟수는 약 처방일수와 입원일수를 제외한 외래진료만을 의미한다. 매해 1월1일부터 이용 일수를 산정해 365회 초과 이용 시점부터 적용한다. 다만 산정특례 등록자, 중증장애인, 임산부 등 건강 취약계층은 본인 부담 차등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현행 본인 부담(1000~2000원)을 유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