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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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요양보호사 정책, 투명성 확보 전제돼야 [현장메모]

입력 : 2025-12-10 18:59:45
수정 : 2025-12-10 21: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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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까지 기사화할 필요가 있을까요? 공식 취재요청서를 주시면 검토한 뒤 답변드리겠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전문연수 과정’ 시범사업으로 베트남을 선정한 이유를 묻자 9일 이렇게 답했다. 이미 전날 두 쪽에 걸친 보도설명자료에서 대상을 35세 미만 간호사 또는 간호대학 졸업자로 한정한 이유를 밝힌 뒤였는데도 국가가 ‘베트남’인 이유에 대해서는 방어적이었다. 앞서 취재요청서 회신에서 최종 모집 인원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기에 요청서를 보낸다고 해도 제대로 된 답을 받을 수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지민 사회부 기자

보건복지부 측 답변 역시 답답한 속을 풀어주진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국가 선정과 모집은 법무부가 주도했고, 이후 교육이 복지부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에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 중 필리핀도 있지 않으냐’고 하니 한 관계자는 “베트남 인력이 필리핀보다 외형상 어르신들에게 덜 이질적이어서인 것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책 추진 근거로는 찝찝하고 부족한 답변이었다.

더 문제는 베트남 현지에서 1차 모집이 끝난 뒤에도 시범사업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사업은 올해 3월 국무조정실이 총괄한 제30차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결정됐는데, 구체적인 국가 등은 미정이었다. 복지부 측은 “현지에서 어느 정도 모집을 마친 뒤 내년에 공개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국내 여론은 정책 추진의 고려 요소가 아니었던 셈이다.

내국인 요양보호사들은 외국 인력이 들어오는 것을 대체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때도 국내 가사관리사들은 반발했다. 당국의 미진한 설명은 반감을 부추겼다. 송미령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은 “설명회 몇 번 한 뒤 발표했고, 미숙한 정책”이라고 했다.

추진 과정과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성공하는 정책의 최소 조건 아닐까.

정식 사업 전환에 실패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조차 국가·규모 등 계획을 국민에 알린 뒤 현지 모집에 돌입했다. 시작부터 ‘밀실’로 진행되는 정책이라면 요양보호사들뿐 아니라 국민도 온정 어린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