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인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10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의정활동에 나선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고 국회의원직을 떠나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진영 논리만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가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흑백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만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해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돼 온 그는 “윤석열정부의 계엄 이후 지난 1년간 이어진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 의원은 앞서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를 만나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아침에 장 대표가 많이 만류했다”며 “(인 의원이) 의료전문가로 영입됐는데 양극단의 정치 속에 본인이 생각한 정치가 제대로 안 된다는 아쉬움과 무력감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 의원은 평소 국회의 협치 실종에 대한 불만과 안타까움을 주변에 여러 차례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인 의원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놨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빠져 소수야당을 존중하지 않고, 국민을 힘들게 만드는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폭주는 ‘이것이 과연 국회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남기고 있어 인 의원님의 고뇌에 깊이 공감하는 바”라고 적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인 의원이 지적했듯 오직 진영만을 바라보는 정치는 국민을 지치게 만들고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며 “국회를 마비시키는 발목잡기·의사진행 방해가 더는 되풀이되지 않고, 민생과 국민통합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출신으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 등을 역임한 인 의원은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 1호로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미국 복수국적자가 됐다. 2023년 10월 김기현 대표 재임 시절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윤석열정부 당시 집권 여당의 내부 혁신을 이끌기도 했다. 인 의원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비례대표 다음 순번인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인 이소희 변호사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