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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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년전 인류 불 피운 흔적 찾았다

입력 : 2025-12-11 09:57:03
수정 : 2025-12-11 09: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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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연구진, 유적 발굴 결과 네이처 발표…"불 통제는 인류 역사 전환점"

인류의 본격적인 불 사용이 약 40만년 전에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점화'가 확인된 최고(最古) 사례인 약 5만년 전보다 35만년이나 앞선 시점이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박물관 고고학자 롭 데이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네이처 논문 캡처.

연구진은 영국 동부 서퍽의 구석기 시대 유적지 바넘에서 약 40만년 전 초기 인류가 직접 불을 만들어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흔적을 확인했다.

인류가 자연적인 불을 100만여년 전부터 사용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인위적 점화'가 명확히 확인된 가장 이른 사례는 5만년 전 북프랑스 유적지에서 나왔다.

연구진은 바넘에서 불에 그을린 지층, 열에 의해 깨진 손도끼, 부싯돌에 부딪히면 불꽃을 일으키는 황철석 조각 등을 찾아냈다.

이후 4년간의 지구화학 분석을 통해 700도 이상에서 반복적으로 불이 피워진 흔적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자연 발화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여러 차례 사용된 모닥불 또는 화덕의 증거로 해석했다.

황철석은 당시 바넘 지역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광물이다. 이곳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당시 거주했던 이들이 황철석을 불쏘시개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외부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피운 불의 흔적은 보통은 잘 남지 않지만, 바넘에서는 불에 탄 퇴적물이 고대 연못 퇴적층에 파묻혀 보존돼 연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네이처 논문 캡처.

데이비스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그 함의가 엄청나다"며 "불을 만들고 통제하는 능력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발견은 언어의 등장, 사회적 관계 형성 등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불은 초기 인류에 빛과 온기를 제공해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해 뇌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새로운 형태의 사회생활도 가능케 했다. 저녁에 불 주변에 모여 앉아 계획을 세우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관계를 강화할 수 있었는데, 이는 언어 발달과 조직적 사회 출현의 기반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데이비스 박사는 "이 모든 요인이 결합해 인간의 적응력을 높이고 더 추운 환경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해 영국과 같은 북위 지역서도 더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