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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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북제재 강화, 남북협력 도움 안 돼…NSC 문제, 대통령도 인식”

입력 : 2025-12-11 11:56:52
수정 : 2025-12-11 11: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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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주장과 관련해 “오히려 그 반대”라며 선을 그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수단이어야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하는 한편 정부 내에서 통일·안보 전략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는 상황에 대해 “목표는 같으나 방법론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외교·안보·통일 정책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조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10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북정책 및 통일·안보 현안 관련 입장을 밝혔다. 

 

남북, 북미 대화 손짓에 전혀 호응하지 않는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제재로 압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 장관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북한 당국자들은 목에 칼을 들이대며 대화하자는 것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제재·압박·고립 국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지난달 25일 정 장관을 만나 대북 제재와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협상의 출발점으로 언급한 것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김 대사대리는 앞서 정 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한 것 관련해서도 “한·미 훈련은 생명줄(lifeline)”이라며 조정을 고려하기 힘들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한·미 훈련을 한반도 비핵화 추진의 카드로 직접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정 장관은 그러나 한·미 훈련이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 평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뿐 목적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 장관이 위 실장과 계속 이견을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정 장관은 “야당 시절 (위 실장과) 정당 외교활동을 같이 하면서 이미 조율해왔고, 목표는 같다”며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이재명정부 출범 때부터 언급돼 온 이른바 ‘자주파’ 대 ‘동맹파’의 대립과 연관이 있다. 자주파로 분류되는 정 장관은 동맹파로 분류되는 위 실장과 다소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통일부는 대통령실, 미국 정부와 대북정책 관련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정 장관은 “국방부·외교부·통일부의 존재 이유가 다르다”며 “그렇다 보니 관점과 시각이 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별로 할 일을 하고 있을뿐이라는 설명이다.

 

정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해 곡해하지 말아달라고도 밝혔다. 그는 “통일지향, 평화적이라는 표현은 빼고 ‘통일 포기론이다’, ‘두 국가가 웬 말이냐’라고 왜곡하는 건 너무 정치적”이라며 “왜곡이고 오해”라고 강조했다.

 

최근 통일계 원로들에 의해 지적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조의 문제에도 정 장관은 공감했다. 정 장관은 “박근혜정부 때 손질해서 장관급과 차관급을 다같이 상임위원으로 만들어놓은 체계는 행정체계상 예외적인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대통령에게) 제기했고 대통령도 충분히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강화할 것 같다고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 장관이 관측한 것 관련해서는 “핵심은 북한의 의심”이라며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속으로는 시꺼멓게 북한을 흡수하겠다는 의심을 갖고 남북 교류협력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와 이재명정부는 철학을 같이 할 수 없다”며 “확고한 평화공존이 원칙이자 철학으로, 흡수통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가교역할에 나설 계획이다. 북한에 직접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주변국과 협의해 소통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