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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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외인 용병 ‘아시아 쿼터’ 프로야구 판 뒤집나

입력 : 2025-12-11 20:21:51
수정 : 2025-12-11 20: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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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변화 앞두고 큰 관심

BFA 소속국·濠서 1명 영입 가능
연봉 등 비용은 최대 20만弗 제한
2026 시즌 순위 경쟁 변수 떠올라
SSG 등 5개팀, 日 투수로 확정
KIA, 유격수 공백에 야수 검토

다가올 2026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시아 쿼터’ 도입이다. 아시아야구연맹(BFA) 소속 국가 및 호주 국적 선수를 대상으로 팀당 한 명씩 영입할 수 있고 이들의 신규 영입비용은 최대 20만달러로 제한을 두는 조건이다. 사실상 4번째 외국인 선수인 셈이다. 몸값 수준으로 볼 때 에이스급 투수나 엄청난 타자를 데려올 수는 없지만 잘만 뽑는다면 알토란이 될 수 있기에 내년 순위 경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7개 구단이 일본과 대만 호주 출신 선수들로 아시아 쿼터 진용을 확정했다. 11일 현재 아직 아시아 쿼터 선수에 대해 확정 발표하지 않는 롯데, KIA, 키움 3개 구단도 이미 대상 선수를 사실상 낙점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 아시아 쿼터 자리는 투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LG는 호주 출신으로 올해 키움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라클란 웰스(28)를 영입했다. 이미 국내 검증이 끝난 선수라는 점에서 선발과 필승조 불펜 양쪽으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쉽게 우승을 놓쳤던 한화는 대만 출신 투수 왕옌청(24)을 선택했다. 2018년 NC에서 뛰었던 왕웨이중 이후 KBO리그에서 뛰는 두 번째 대만 출신 투수다. 대만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해 일본 프로야구 2군 무대에서 10승을 거뒀다.

SSG, 삼성, NC, KT, 두산 등 5개 팀은 모두 일본 출신 투수를 골랐다. 이 중 SSG, NC, 두산은 일본프로야구 출신을 낙점했다.

SSG는 소프트뱅크 출신으로 지난해 팔꿈치 부상이 있었지만, 일본 1군에서 통산 66승을 거뒀고 대표팀 선수로도 활약했던 다케다 쇼타(32)를 데려와 전력을 보강했다. 선발 투수 자원이 부족한 NC는 요미우리 출신의 토다 나쓰키(25)를 영입했다. 토다는 일본 1군 무대 19경기에 나서 1승1패, 평균자책점 5.53을 기록했다. 두산은 세이부 출신으로 1군 무대에서 통산 150경기에 출전한 다무라 이치로(31)를 영입했다. 올해도 1군에서 20경기에 나섰고 2군에서 마무리로 16경기에 등판해 7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삼성과 KT는 일본 독립리그 구단에서 꿈을 키우던 20대 중반의 강속구 투수들을 영입해 불펜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삼성은 최고 시속 158㎞를 자랑하는 미야지 유라(26)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일본 2군 리그에 참여한 쿠후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에서 뛰었다. 2군에서 25이닝을 던지며 2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이 11.2개나 돼 삼성은 불펜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최고 시속 154㎞에 이르는 빠른 공과 다양한 구종을 겸비한 일본 독립구단 도쿠시마 인디고 출신의 스기모토 고키(25)를 낙점해 불펜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아직 정식 발표는 없지만 롯데와 키움도 선수의 윤곽은 드러나 있다. 올겨울 프로야구 이적시장에서 움직임이 없었던 롯데는 요코하마 DeNA 출신 우완 투수 고야마 마사야(27)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1군 통산 성적은 84경기 14승23패,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한 고야마는 올해는 1군에서 뛰지 못했고, 지난 9월 방출돼 새 둥지를 찾고 있었다.

키움은 일본 야쿠르트 출신의 투수 가나쿠보 유토(26)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키움으로서는 3선발급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일본에서 사생활 문제로 구설에 오른 것이 야쿠르트 방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선수라는 점이 걸린다. 다른 KBO 구단도 이 때문에 영입을 꺼렸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키움이 어떤 최종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또 하나 KIA의 아시아 쿼터 선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일하게 투수가 아닌 야수 영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두산으로 떠나면서 유격수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것이 이유다. 이미 마무리 캠프에서 호주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제러드 데일(25)을 불러 입단 테스트를 치르기도 했다. 물론 최종 결정 단계에서 투수로 선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편 내년 도입되는 아시아 쿼터제를 두고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크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달 허구연 KBO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 쿼터제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호주 선수까지 포함하는 것은 기존 외국인 선수 제도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