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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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투자 걸림돌… 지주사 지분규제 푼다

입력 : 2025-12-11 18:09:02
수정 : 2025-12-11 2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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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첫 기관별 업무보고

기재부, 특례 규정 신설 추진
증손회사 지분 100% 룰 개정
50%로 줄여 신속 자금 조달
금산분리 원칙 훼손엔 선 그어

정부가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주회사 지분 규제를 완화해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기술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금 확보에 걸림돌이 없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이 은행 등의 금융업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금산분리 원칙 자체는 손대지 않기로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특례규정을 만들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구 부총리는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방투자와 연계해 지주회사 규제 특례를 마련하겠다”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 자금 조달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금융적인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규정을 5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증손회사 ‘지분 100% 룰’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 기업집단 총수 일가 등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3단계까지는 허용하지만, 4단계의 증손회사에서는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 규정이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전략 산업이 민간·정책 자금을 설비 확대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장기임대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보고했다. 첨단산업 분야 지주회사가 금융리스업을 할 수 있도록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허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기재부는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반도체나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생산 세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대미투자 확대로 국내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을 유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구 부총리로부터 기재부 업무보고를 받고는 “기본적으로는 내후년 예산도 확장재정 정책을 해야 할 상황인 거냐”고 물으며 확장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선 기술 개발 등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구 부총리의 답변을 들은 이 대통령은 “결국은 확장재정 정책을 당분간은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냐”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경제 상황이)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바닥을 찍게 하거나 우상향으로 커브를 그리도록 하려면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선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고, 기업 없는 노동자도 없는 것”이라며 노동부를 향해 “노동자의 권익 개선이 결코 경제성장 발전의 장애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꼭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