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이 이어지며 시중 자금이 대거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자, 은행권이 연말 들어 다시 한 번 금리 경쟁에 불을 지폈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찾는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발길도 빠르게 은행권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3%대 예금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 고금리 적금 상품도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두 달 연속 ‘예금 회귀’ 현상…21조원 유입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1월 말 기준 971조989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6조4208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는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한 것으로, 9월 말 대비로는 21조원 이상이 예금으로 흘러들어왔다.
금리 메리트가 강화되면서 자본시장으로 향하던 자금 일부가 다시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셈이다.
동시에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도 지난달 말 2168조9095억원을 기록하며 한 달 새 17조7289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금리 인상 전략이 유동성 확보에 확실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12개월 만기)는 연 2.80~3.00% 수준이다.
증시가 단기 고점을 형성하며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단 안전한 곳에 넣자”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달 대비 6조3968억원 증가한 654조25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기 대기성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모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기적금 잔액 역시 46조2948억원으로 한 달 새 5356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예금 금리가 다시 한 번 자금 흐름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3%대 예금의 귀환…안전자산 선호 부활
은행들은 증시로 이동하는 자금의 속도가 빨라지자 예·적금 금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예금 잔액 감소는 곧 유동성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연말을 앞두고 자금 방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당국이 예금 금리 상향에 대해 직접적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은행별 경쟁’이 촉발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3%대 금리가 보편화될 경우 투자 경험이 있는 개인 투자자도 일부 자금을 예금 쪽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증시 상황에서 예금은 ‘일시적 피난처’ 역할을 하며 자금 유입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준금리가 동결되거나 인하 흐름에 들어서더라도, ‘예금 금리 경쟁’은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자금 방어전’ 돌입…왜 지금인가?
은행들이 이미 예금 잔액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쉽게 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이어진 ‘머니무브’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상향 조정한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3%대 예금이 확산되면서 단기적으로는 자금 유출 속도를 제어하는 효과가 분명히 관측되고 있다.
정기예금 잔액의 증가세는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커진 자본시장에서 일정 부분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9월 대비 21조원 넘게 예금이 늘어난 것은 안정적 수익을 향한 수요가 다시 강화된 신호라는 분석이다.
◆예테크족의 판단은?…전문가들 “‘고금리+안정성’의 현실적 선택”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예금 금리 경쟁은 단순한 고객 유치 차원이 아닌 자금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라며 “총수신이 한 달 만에 17조원 넘게 증가한 것은 금리 인상이 고객 신뢰 회복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3%대 예·적금 상품이 다시 등장하면서 ‘예테크’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며 “증시 변동성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예금 금리 인상은 비용 부담이 있지만,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요구불 예금이 6조원 넘게 증가한 것은 단기성 자금이 다시 은행권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금 잔액의 연속 증가세는 고금리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라며 “당분간 은행권의 금리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며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몇 달 사이 예금 잔액이 2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은 고금리 환경에서 예금이 ‘안전 피난처’로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3%대 정기예금의 효과가 매우 컸다”며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금 금리 인상이 즉각적으로 자금 회귀를 이끌어낸 모습이다. 은행권의 금리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