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누나를 연달아 잃은 20대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가 온라인에서 연이은 위로와 응원을 받고 마음을 바꾼 사연이 알려졌다.
10일 경남에 거주하는 A씨(27)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해까지는 버티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엄마아빠 오늘 보러 가겠다. 큰누나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의 계정에는 2년 전 자취 중인 자신을 보러 오다 교통사고로 숨진 부모님,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겪다 부모 사망 9일 만에 세상을 떠난 작은누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후 A씨의 글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했고, 그의 SNS에는 하루 만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겨울이니까 붕어빵 먼저 먹어보자. 그러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온다”, “부모님이 아직 오지 말라고 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 다 부모님이 보냈다” 등의 응원과 위로가 계속됐다.
구체적으로 도움을 제안한 댓글도 있었다. 하동에 산다는 누리꾼은 “잠시 머물 방 한 칸을 내줄 수 있다”고 밝고, 아이 셋을 키운다는 이용자는 “우리 집 와서 하루 이틀만 육아 도와달라.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다시 생각하자”고 말했다. 과일 가게를 운영한다는 이는 “올해 귤이 정말 맛있는데 같이 먹자”고 손을 내밀었고, 카페를 운영하는 누리꾼은 “신메뉴를 택배로 보내줄 테니 평가 좀 부탁한다“고 전했다.
댓글은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자신은 대만인이며, 번역기를 이용해 소통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대만에 오면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곳을 소개해주고 싶다. 세상에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이 정말 많다”고 적었다.
A씨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해 그의 위치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한 누리꾼도 있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안전을 확보했고, 이후 그는 SNS를 통해 “경찰관 분들이 집까지 찾아오셔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병원 입원을 권유하셨다. 상담 후 내일 바로 입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오랫동안 혼자였고, 내 삶은 스스로 버티는 것뿐이라 생각했는데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이 걱정해주실 줄 몰랐다.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