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일방적 입찰에 반발해 계약 종료 후에도 점포를 내주지 않고 있던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내 일부 점포에 대해 법원이 12일 새벽 기습 철거를 단행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상인들이 몰려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3시30분부터 집행관 50여명을 보내 명도 단행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중앙로지하도상가 내 무단 점유 점포 2곳 문을 강제로 연 뒤 의류와 가구를 빼내는 등 철거작업을 했다.
2시간 여 지나 뒤늦게 상황을 접하고 현장에 도착한 상인 30여명은 “이게 무슨 법 집행이냐”며 고성과 욕설을 뱉으며 강력 반발했다.
일부 상인들은 물건을 빼내고 있는 점포를 몸으로 막아섰으나 집행관에게 막히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었다. 몇몇 상인은 바닥에 누워 오열하는 등 극렬히 저항했고 집기류를 꺼내는 것을 제지하던 상인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정인수 대전중앙로지하상가입찰피해자비상대책위원장은 “새벽에 폐쇄회로(CC)TV를 보다 점포에서 물건을 빼고 있는 것을 확인해 부랴부랴 상가로 갔다”며 “이미 가게 안의 양말·목도리 등을 다 빼낸 상황이었고 물건 등만 겨우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 정인수 위원장의 잡화가게를 포함 옆 옷가게 2곳에 대해 2시간 여 만에 집행을 끝내고 철수했다. 당초 7곳에 대한 강제 집행을 예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 10일 1차로 집행을 시도했으나 상인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실패하자 이날 새벽 사람이 없는 틈을 타 강제 철거를 진행했다.
비대위는 이날 오후부터 지하상가에 텐트를 치고 법원의 강제 퇴거 집행을 막기 위한 농성에 돌입할 방침이다.
중앙로지하상가는 대전시 공유재산으로 1994년 전체 구간이 건설된 이후 30년 동안 상인 조직인 중앙로1번가운영위원회에서 관리 운영해 왔으나 지난해 7월5일자로 관리 주체를 대전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했다. 중앙로지하상가 440개 점포에 대해 일반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기존 상인들은 절차적 부당성과 입찰 방법 변경, 과대 임대료 반환 등을 요구하며 반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대전시는 무단 점유하고 있는 점포에 대해 지난 3월 명도 단행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대전지법은 지난달 27일 인용 결정했다.
해당 점포 상인들은 앞서 시가 상가 입찰가를 올리기 위해 전자입찰시스템 ‘온비드’ 공개경쟁 입찰 조회수를 부풀렸다는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기존 상인 225명은 지난 8월 대전시와 시설관리공단 관계자 5명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입찰공고 조회수가 크게 늘자 매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일부는 지레 포기하고, 일부는 최고가 입찰가를 썼다”며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대전시의 정책이 결국 상인 죽이기로, 조속한 경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에 관련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전날부터 이틀간 상인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일부 상인들이 무단 점유하고 있는 점포는 일반경쟁입찰에서 낙찰받은 상인들이 장사를 해야 하는 공간인데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에 대한 가집행은 인용된 날로부터 2주를 넘지 못하게 돼 있고 상인들이 법원에 낸 강제집행 정지 신청도 기각된 만큼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