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버닝썬’ 사태 당시 거액의 탈세 사실이 드러난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범구씨도 명단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12일 고액·상습체납자 1만1009명,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24곳, 조세포탈범 50명의 인적사항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신규 고액·상습체납자는 지난해보다 1343명 늘며 사상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총 체납액은 7조371억원에 달한다.
개인 체납액 1위는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다. 종합소득세 등 총 3938억원을 내지 않았다. 권 회장은 과거 선박관리업체 시도물산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하며 ‘선박왕’으로 불렸으나, 그가 대표로 있는 시도탱커홀딩스 등 3개 법인도 법인 체납 순위 1~3위를 휩쓸었다. 이들 법인의 체납액만 합쳐도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도 증여세 등 165억원을 체납해 상위 10위 불명예를 안았다. 김 전 회장은 800만달러 대북송금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해 유죄가 확정된 조세포탈범 50명도 공개됐다. 이 중 ‘버닝썬’ 사태와 관련 있는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 강범구씨가 가장 많은 세금을 포탈했다. 강씨는 현금 매출을 누락하고 장부를 파기하는 수법으로 부가가치세 등 537억원을 포탈해 징역 8년과 벌금 544억원이 확정됐다.
이 밖에도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22억원어치나 발급한 종교단체 등 24곳과 실물 거래 없이 수백억원대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위반자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악성 체납자 6명에 대해선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 조치를 결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신고하면 최대 3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악의적 체납자에 대해선 실거주지 수색과 소송 제기 등 재산 추적 조사를 강화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