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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푸틴을 체포해?”…러 법원, ICC 검사장에 징역 15년

입력 : 2025-12-13 11:38:29
수정 : 2025-12-13 14: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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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청구·발부에 따른 보복 조치
앞서 미국도 ICC 검사장 등 제재 가해
강대국들 틈에서 ‘동네북’ 전락한 ICC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러시아 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행정부도 ICC 검사장과 재판관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등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ICC가 ‘동네북’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법원은 앞서 러시아 검찰에 의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카림 칸(55) 현 ICC 검사장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전 ICC 소장 등 8명에도 3년 5개월부터 15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3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범죄 혐의로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여전히 건재하다. 다만 ICC 협약 가입 당사국은 방문이 불가능해지는 등 외교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ICC 청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고 기소된 ICC 관계자 모두 러시아 검찰 및 법원의 출석 요구에 불응함에 따라 궐석 재판으로 진행됐다.

 

칸 검사장은 영국 출신으로 2021년부터 현재까지 ICC 검사장을 맡고 있다. 폴란드 국적의 호프만스키 전 소장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9년간 ICC 재판관으로 일했고, 그중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은 소장으로서 ICC를 이끌었다.

 

러시아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3년 푸틴을 겨냥해 불법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했다는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ICC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가 점령지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강제로 러시아로 데려간 행위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며 국제사회에 푸틴 체포를 명령했다. 해당 조치에 따라 푸틴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 ICC 협약 당사국들을 방문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ICC 협약에 가입한 나라는 세계 155개국에 이르며, 이들은 ICC의 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국제법적 의무를 진다. 다만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이스라엘, 인도 등은 ICC 협약 가입을 거부하고 ICC의 권위 또한 무시하고 있다.

영국 출신의 카림 칸 ICC 검사장. 로이터연합

이날 모스크바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 ICC 검사장 칸이 러시아 시민들을 기소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피고인은 ICC 재판관들에게 불법적 체포영장을 발부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미국 행정부도 칸 검사장에게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는 2024년 ICC가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이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따른 보복 조치였다. 칸 검사장은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행위는 전쟁 범죄”라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은 ICC를 강하게 성토하며 칸 검사장 등 ICC 관계자들을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이스라엘 또한 ICC의 조치는 무효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