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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말 미친 거 아냐?”…직접 ‘이 문제’까지 올린 영국 BBC

입력 : 2025-12-13 22:00:00
수정 : 2025-12-13 17: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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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BBC, 韓 수능 ‘불영어’ 논란 보도…“악명 높게 어려워”

영국 BBC방송이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난이도가 “악명 높게 어렵다(notoriously difficult)”며 최근 ‘불수능’ 논란을 보도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미친 것 같은(insane)’ 영어 문제에 따른 혼란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도 전했다. BBC는 “직접 풀어 보라”며 올해 수능 시험의 일부 문항을 소개하기도 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지난 11월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BBC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의 대학입학 시험인 수능의 영어 영역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고대 문자 해독’이라거나 ‘미친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같이 전했다.

 

BBC는 비디오 게임 용어와 관련한 2026학년도 수능 영어 39번 문항을 그대로 실으며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포함해 여러 문항의 문장 구성 방식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지문 자체가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끔찍한 글쓰기”라거나 “책에서 맥락을 떼어낸 발췌문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구체적으로 전한 것이다. “교사들이 영어를 가르치기보다는 문제 푸는 요령을 주입하게 된다”는 정채관 인천대 교수의 비판을 기사에 담기도 했다.

 

한국 수능 제도 자체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BBC는 수능에 대해 “매년 11월에 실시되는 악명 높은(infamous) 8시간 ‘마라톤’ 시험”이라며 “수험자들의 대학뿐 아니라 직업, 소득, 미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썼다.

 

이어 “학생들은 한국어와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200개 문항을 풀게 된다”며 “많은 청소년이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살아가고, 일부는 4살 때부터 입시학원에 보내지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시험이 치러지는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활동이 멈춘다”며 “건설 공사나 항공편 운항, 군사 훈련이 중단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 및 수험생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말미에서는 칸트에 대해 다룬 2026학년도 수능 영어 34번 지문을 덧붙이며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문제를 풀어보라”고 제안했다.

 

한편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0일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다. 올해 수능에서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올해 6월과 9월 모의고사는 물론 지난해 수능 때에 견줘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어 불수능 논란이 거세게 인 바 있다.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12명의 평가원장 중 8명이 사임했는데, 오 평가원장은 문항의 난이도로 사임한 첫 사례로 꼽힌다. 대부분은 문항 오류로 사임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0일 “오 원장은 2026학년도 수능 출제와 관련해 영어 영역의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평가원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수능을 계기로 출제 전 과정에 대한 검토와 개선안을 마련해 향후 수능 문제가 안정적으로 출제돼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