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나 공중화장실에서 대소변 후 비데를 사용하는 사람은 이제 낯설지 않다.
물로 씻어내는 방식이 휴지보다 위생적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전문가들은 “관리되지 않은 비데는 오히려 병원균을 몸에 직접 분사하는 기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변기 좌대보다 깨끗할까…조사 결과는 ‘정반대’
14일 한국화장실협회와 서울대 미생물연구소가 서울 시내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는 이런 우려에 힘을 싣는다.
공중화장실 변기 좌대(시트)에서 △대장균 17종 △살모넬라균 9종 △포도상구균 5종 등 다양한 병원성 세균이 검출됐다.
좌대 1개당 평균 검출 세균 수는 71마리, 10㎠ 면적당으로 환산하면 3800마리에 달했다.
이는 지하철 손잡이보다 약 11배 많은 수준이다. 변기 좌대가 이 정도로 오염돼 있다면, 그 위에 설치된 비데 역시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생 전문가들은 “이 수치는 단순한 생활 오염을 넘어 병원성 미생물이 충분히 증식할 수 있는 환경임을 보여준다”며 “비데 노즐 내부는 습기와 잔여물로 인해 세균과 곰팡이가 공존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위생기기’라는 착각…관리 부실 땐 감염 위험↑
비데는 위생을 위해 사용하는 기기지만, 관리 상태에 따라 위험 요소로 돌변할 수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는 “비데는 깨끗한 물을 분사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관리되지 않으면 오염된 물을 민감한 부위에 직접 뿌리는 통로가 된다”며 “공중화장실 비데는 개인용이 아닌 만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여성은 해부학적 구조상 항문 주변 세균이 요도나 질로 이동하기 쉬운 조건”이라며 “물줄기 방향이 뒤에서 앞으로 향할 경우 방광염이나 질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데 사용 후 반복적인 요로·질 감염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동 세척’만 믿었다간 낭패
많은 비데에는 노즐 자동 세척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공중화장실 비데는 가정용보다 사용 빈도가 훨씬 높아 오염 속도가 빠르다.
자동 세척 기능은 표면 세정에 그칠 뿐, 물리적 분해 세척 없이는 세균 제거에 한계가 있다.
가정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비데를 제대로 청소하려면 노즐을 분해해 주변에 낀 곰팡이, 중금속 녹, 수돗물 잔여 염소 등을 제거해야 한다.
락스 등 강한 세정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충분히 헹궈내지 않으면 락스 성분이 물과 섞여 분사되면서 피부와 점막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 “비데 사용보다 중요한 건 ‘관리 시스템’”
전문가들은 비데 사용 여부 자체보다 ‘관리 체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보건 전문가는 “관리되지 않은 비데는 개인 위생 문제를 넘어 새로운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며 “공중화장실 위생은 이용자의 주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시설 관리 차원의 정기 점검과 세척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방의학 관점에서도 경고가 이어진다. “비데 사용 후 불편감이나 이상 증상이 반복된다면 사용을 중단하고 원인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결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데는 올바르게 관리될 때 위생을 돕는 기기다.
그러나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편리한 위생 도구는 순식간에 ‘세균 분사’ 장치로 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비데가 깨끗한지 묻기 전에, 얼마나 자주·어떻게 관리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