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심지의 매수 부담이 커지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한번 갈라지고 있다.
초고가 자산이 밀집한 강남권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기 남부 선호 지역만 오르는 ‘선별적 상승’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주간 상승률 1위 ‘과천’…경기 남부로 이동하는 수요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시·군·구 가운데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과천시였다. 1주일 새 0.45% 오르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용인 수지구(0.44%)가 뒤를 이었다. 두 지역 모두 서울 접근성과 교육·교통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최근 매수 수요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서울 핵심지 규제와 가격 부담이 맞물리며, 가격 대비 주거 만족도가 높은 경기 남부로 실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천·용인 수지·분당은 대체 주거지 가운데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공급 제한·재건축 ‘기대’…과천·광명 가격 탄력 ‘확대’
과천과 광명 등 일부 지역의 가파른 상승은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신규 공급이 제한적인 가운데 재건축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거래량이 많지 않음에도 가격이 빠르게 뛰는 현상이 나타난다.
단기 투기 수요보다는 실수요 중심의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서울에서는 초고가 거래가 다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으로, 전용 151㎡가 56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4월 거래가(47억5000만원) 대비 9억원이 뛰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는 37억7000만원,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130㎡는 36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들도 30억원 안팎의 고가 거래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거래를 두고 “강남 핵심 단지는 주거재를 넘어 희소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일부 초고가 거래가 전체 시장을 대표하진 않지만, 자산가들의 기대 심리가 여전히 강남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 “이제 전역 상승 아닌 ‘핵심지’ ‘대체지’만 오른다”
최근 흐름은 서울 전반이 동반 상승하는 장세와는 거리가 멀다.
초고가 핵심지와 그 대체지 역할을 하는 경기 선호 지역만 오르는 구조다. 중저가 지역으로 온기가 확산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전세 시장 역시 고가화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서초 일대에서는 20억원을 웃도는 전세 거래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매매 부담을 피하면서 학군과 신축을 선호하는 수요가 전세로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세가 단순한 임시 거주가 아닌 ‘대안적 거주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세 보증금 급등은 또 다른 리스크로 지적된다. 금리나 정책 환경이 변할 경우 전세와 매매 시장이 동시에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다.
◆단기 전망 “풍선효과 지속”…중장기 변수는 ‘공급’ ‘금리’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서울 규제의 풍선효과로 경기 핵심 지역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내년 이후에는 △공급 일정 △금리 흐름 △정책 변화 등 거시 변수에 따라 상승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지만, 방향은 균일하지 않다.
지금의 시장은 ‘얼마나 오르느냐’ 보다 ‘어디가 오르느냐’를 묻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