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네이버의 합병, 업비트 해킹사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등 크고 작은 이벤트들로 인해 그간 고착화됐던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빗썸은 내실을 다지며 기업공개(IPO)를 통해 전환을 꾀하고 있고, 여기에 업비트 해킹사태를 틈타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카드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코인원과 스테이킹서비스 등으로 반등을 노리는 코빗, 바이낸스라는 ‘글로벌 공룡’을 등에 업은 고팍스에 이르기까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저마다의 전략을 내세우며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업비트 해킹사태에 코빗 점유율 3배↑
14일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가상자산시장 거래대금 점유율은 업비트가 63.0%로 1위를 기록했고 빗썸(31.3%)과 코인원(4.20%), 코빗(0.92%)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연초 1∼2% 수준에서 4%까지 올린 코인원의 점유율이다. 코인원은 지난 8일 기준으로 거래량 점유율을 6.50%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업비트가 71.6%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지난 상반기와 비교하면 업비트의 점유율은 70%대에서 60%대로 내려왔고, 빗썸은 20%대에서 30%대로 올라왔다.
우선 두나무와 네이버의 합병 공식 발표날 터진 대규모 해킹사태가 점유율 변동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업비트에서 약 445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해킹 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 두나무는 입출금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지난 6일에서야 거래를 재개했다. 이때 업비트의 USDT(테더)에 대한 입출금이 중단되면서 일부 이용자들이 거래수수료가 무료인 코인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원은 지난 10월부터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거래 수수료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원 관계자는 “신규 고객 대상 수수료 면제와 웰컴 혜택을 통해 가입자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정기적·수시로 진행하는 고객 대상 프로모션이 신규 고객부터 고액 자산가까지 다양한 투자층을 흡수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업비트를 국내 가상자산시장 거래소 1위로 성장시킨 신규상장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다. 데이터 플랫폼 에피와에 따르면 올해 코인원의 신규 상장 가상자산은 132개로, 빗썸(137개)보다는 소폭 적지만 업비트(86개)는 크게 웃돌았다.
지난 9월9일 업비트에 상장되지 않은 월드코인을 상장시킨 빗썸도 월드코인이 80%까지 급등하며 시장점유율을 4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 점유율은 업비트 51.4%, 빗썸 45.8%, 코인원 2.2%, 코빗 0.6%, 고팍스 0.1%였다. 업비트 독주 체제가 굳어진 2020년 이후 빗썸의 점유율이 45%대까지 치솟은 것은 처음이었다.
◆내실 다지며 반격에 나서는 빗썸과 코빗
외형적인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빗썸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관리하는 등 내실을 다지며 IPO를 준비하는 한편 공격적인 마케팅과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업비트의 독점체제를 견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업비트와 빗썸의 영업이익 격차는 3분기 들어 급격히 좁혀진 상태다. 빗썸이 매출·영업이익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치고 올라오면서다. 두나무의 올해 3분기 매출(3859억원)과 영업이익(235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8%, 180.3% 늘어났다. 빗썸은 같은 기간 매출 1960억원, 영업이익 7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4.4%, 771.1%나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양사의 이익 규모 격차다. 이익 규모는 2분기 7.1배(1313억원)에서 3.4배(1652억원)로 편차를 줄였다.
빗썸은 공격적인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빗썸은 공매도 방식의 지원을 위한 코인대여 서비스 가능 가상자산을 17종, 스테이킹 지원 가상자산을 22종으로 국내 거래소 중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지원하고 있다. 스테이킹은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예치해 보상을 받는 서비스다.
코빗은 가상자산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법인 가상자산 거래를 겨냥해 비영리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및 거래소 대상 가상자산 매도 솔루션을 준비하는 한편, 경쟁거래소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의 보상률을 기록한 ‘스테이킹 플러스’(거래와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동 보상형 스테이킹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스테이킹 플러스의 이더리움 기준 연 보상률은 최대 1.99% 수준(8월1일 기준)으로, 이는 업계 주요 거래소의 유사 서비스 평균 보상률(약 0.9%)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한국 재진출도 변수도 꼽힌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위한 최종 승인을 마무리했다. 그간 원화기반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밀려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팍스는 바이낸스를 통해 숨통이 트이게 됐고, 2021년 한국의 특정금융거래정보법 미준수로 국내에서 철수한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을 재개한 상황이다.
국내 한 가상자산거래소의 고위임원은 “스테이킹 서비스를 비롯해 가상자산대여서비스 등 각 거래소가 운영하는 서비스들이 비슷한 상황”이라며 “신규 가상자산 상장과 IPO 및 해외거래소 등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등 외부요인으로 점유율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