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사진) 공화당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만성적인 경제난과 치안 악화에 유권자 불만이 폭발하면서 중남미 전반에 ‘블루 타이드(우파 물결)’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개표율 99.33% 기준 카스트 후보가 58.18%의 득표율로 좌파 집권당의 지지를 받은 히아네트 하라 칠레공산당 후보(41.82%)를 제치고 승리했다고 공표했다. 칠레는 2022년 좌파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중도우파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을 누르고 집권에 성공했으나 4년 만에 다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독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카스트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언행이나 정치적 스타일이 비슷해 ‘칠레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불법 이민과 범죄율 증가 등 칠레 사회의 공포심을 자극하며 유권자의 불안감을 파고들었다. 칠레는 원래 중남미에서도 안전한 국가로 꼽혔지만 최근 수년간 살인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 성장 속도 둔화 속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에 대한 재정 부담, 조직범죄와의 전쟁 선포 공약 등이 우파 세력 결집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우파 집권은 아르헨티나와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 중남미 전반에 포착되는 흐름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칠레를 포함한 최소 8개 국가에서 안보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라며 “많은 유권자가 범죄에 대해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관용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