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지시한 가운데 탈모는 미용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대통령의 인식과 중증질환이 우선돼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李 대통령 “탈모는 질병…젊은 층 건보 혜택 소외감 해소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예전에는 (탈모를) 미용의 문제로 봤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보는 것 같다”며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며 건강보험 확대 적용을 지시했다.
현재 건강보험은 원형 탈모 등 병적 탈모 등에서 한해서만 적용되며, 유전이나 노화로 인한 탈모는 비급여 대상이다. 이 대통령은 “젊은 사람들이 보험료만 내고 혜택을 못 받아 억울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젊은 층이 건강보험 혜택에서 소외되는 것을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화제가 됐던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겁니다’의 연장선이다. 당시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탈모인이 겪는 불안,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기에 결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며 탈모 치료제의 급여화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17일 탈모 커뮤니티 등에서는 “(탈모로 인한) 우울증이 심각하다. 금액이나 횟수가 제한이 있더라도 환영한다”, “중증 질환이다 아니다 말도 많지만 겪어본 사람들은 (이 고통을) 공감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복지부 장관 “재정 영향 클 것”…의료계 “중증 환자부터 챙겨야”
탈모 치료제 급여화가 된다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탈모 급여화가)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대통령의 말씀은 탈모가 취업이나 사회적 관계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생존 문제’라고 표현하신 것 같다”면서도 “재정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할 계획”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료계와 야권에서는 우선순위 문제를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전날(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암 4기 중증 환자인데 건보 적용 안 되는 비싼 항암제만 효과가 있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모로 스트레스받는 청춘들이 안타깝지만 생명 등과 직결된 치료를 우선시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사회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하에서 탈모를 급여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누리꾼들 역시 “이런 정책은 말 그대로 포퓰리즘”, “재정이 있으면 중증 환자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