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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AI 시대 ‘지식정보의 허브’ 될 것”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25-12-17 21:00:00
수정 : 2025-12-17 20: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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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맞은 황정근 국회도서관장

책·DB 등 세계 최고 수준 보유
민주주의의 ‘정보 무기고’ 역할
AI 사서·번역기 등 서비스 다채
‘지능형 정보 플랫폼’ 진화 기대

“국회도서관이 가진 제일 좋은 ‘쌀’로 선진 인공지능(AI) 도서관 시대를 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국회도서관장에 부임해 취임 1년을 맞은 황정근 관장은 지난 10일 세계일보와 만나 “좋은 밥을 짓기 위해선 좋은 쌀이 필요한 것처럼, AI가 공부하는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이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집무실에서 AI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회도서관은 국회의 입법·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의회도서관이다. 일반적인 도서 대출·열람서비스도 제공하지만, 국회의원과 보좌진, 국회 소속 기관에 특화된 정보지원 기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황 관장은 AI 시대에는 질 좋은 자료가 핵심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무엇을 공부시키느냐’가 핵심”이라며 “AI 3대 강국을 표방하며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결국 국가 차원에서는 한두 개 모델로 축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처럼 가짜뉴스가 뒤섞인 자료를 학습 데이터로 쓰면 결과는 뻔하다. 틀린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가 배우는 데이터의 질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하지만 지금은 그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 관장은 국회도서관을 지식정보의 ‘보고(寶庫)’이자 민주주의의 ‘정보 무기고(Info Arsenal)’라고 규정한다. 1952년 문을 연 국회도서관은 지난 10월 기준 880만3397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학위논문·학술지 등 원문데이터베이스(DB)는 4억4016만면에 달한다. 양과 질 모두 국내 최대이자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이 방대한 자료가 AI 학습에 모두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황 관장은 “국회도서관이 보유한 4억4000만면의 원문자료 중 저작권 동의를 받은 것은 약 3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70%는 저작권 문제로 학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의 30%만으로는 제대로 된 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는 국회도서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관 전반이 자료를 충분히 개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라고 했다.

국회도서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와 AI 기술을 결합해 의정 정보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AI 외국법 번역기와 챗봇 ‘AI 사서 나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AI 에이전트’ 기반의 ‘내일(NAIL: National Assembly AI Library)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국회도서관은 AI 전환 시대의 정보서비스가 단순한 자료 제공을 넘어, AI가 정보를 분석·해석하고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제안하는 ‘지능형 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 관장은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며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아온 인물로, 법조인 출신으로서는 처음 국회도서관장에 취임했다.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각종 해외 입법례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해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 헌법 번역 작업을 비롯해 최신 해외 입법 동향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황 관장은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국회도서관의 서비스는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 누구나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사실 기반의 검증 정보”라며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국회도서관은 국회의 균형 있는 입법과 정책 결정을 지원하고, 가짜 정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지식정보의 허브이자 사회적 안전판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