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동작의 인간 형상이 다양한 형태로 한 곳에 뒤섞여 역동적인 운동감을 보이는 작품 ‘군상(群像·사진)’. 멀리서 보면 새카만 개미떼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백, 수천명의 사람이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거장인 이응노(1904∼1989) 작가의 대표작이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소장품인 이응노 작가의 ‘군상’ 연작이 국가유산청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고 17일 밝혔다. 국내 미술관 중 처음이다.
이응노는 1980년대 인물화 연작인 ‘군상’을 그렸다. 군상 연작은 이응노 후기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데 1980년대 초반에는 적은 인원이 등장하고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가 중반 이후부터 대형 화면에 수백, 수천명이 장대하게 움직이며 군집한다. 이응노의 군상 연작은 민중의 힘을 폭발적으로 나타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응노미술관이 갖고 있는 군상 관련 작품과 유품은 화첩, 판화, 화구, 양모조끼 등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주는 학술적 가치와 희소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번 선정은 현대 예술가의 작품이 예비문화유산에 오른 전국 최초의 사례로 기존 역사적 인물 중심에서 현대 미술가의 활동 자료까지 유산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선정으로 대전시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지역 문화유산 발굴의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대전교도소에서 옥고를 치른 것을 연결고리로 대전시는 2007년 이응노미술관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