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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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없는 외모 해외선 강점”…‘기생충’, ‘오겜’ 후 韓 배우들 ‘할리우드 드림’ 확산

입력 : 2025-12-19 09:46:22
수정 : 2025-12-19 09: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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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뒤, 할리우드에서 한국 배우를 찾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 여파로 톱스타뿐 아니라 아직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까지도 미국 진출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성과 이후 더 많은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의 꿈을 좇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러한 흐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AP는 박해수, 이병헌처럼 대형 에이전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타들과 달리, 현지 인맥이나 연결이 부족한 한국 배우들은 로스앤젤레스(LA) 소재의 업스테이지 엔터테인먼트 같은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업스테이지 공동 창업자 앨리슨 덤벨은 서구 작품에서 흔했던 ‘동아시아인’이라는 뭉뚱그린 캐릭터보다 ‘구체적인 한국인’ 설정을 요구하는 배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한국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시아인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덤벨은 특히 ‘괴짜 기술 프로그래머(테크 너드)’ 같은 전형적 역할이 가장 불편하다고 말하며, 한국 배우들의 연기 폭이 훨씬 넓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런 틀에 박힌 배역에는 아예 추천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AP는 배우들이 해외로 시선을 돌리게 된 배경으로 국내 시장의 구조적 제약을 짚었다. 작품 수와 출연 기회가 줄어드는 데다, 오디션 과정에서 나이 제한이 작동하는 현실 등이 새로운 활로를 찾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기사에는 ‘오징어 게임’ 시즌 2·3에서 가면을 쓴 병정 역으로 등장한 배우 신주환(활동명 줄리언 신)의 사례도 소개됐다. 그는 짧은 장면이었지만 이를 본 시청자들이 인스타그램에 반응을 남기기 시작했다며, 작품의 파급력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한 3년 전부터 업계가 점점 더 팍팍해지는 걸 체감했고, 한국 시장이 위축되는 만큼 자신도 해외로 활동 무대를 넓혀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XO, Kitty)’에 출연한 배우 에이미 백은 한국에서 ‘쌍꺼풀이 없다’는 이유로 캐스팅에서 제외됐던 경험을 떠올리며, 해외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외모가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주변에서 “유명한 한국 배우들만 가능한 일”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직접 해외로 건너가 길을 만들었고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할리우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스팅을 찾는 방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화 ‘미나리’, 아마존 프라임 시리즈 ‘버터플라이’,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에 참여한 한국계 캐스팅 디렉터 줄리아 김은 보통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 오디션을 알리고, SNS를 활용해 한국 배우를 발굴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