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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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퇴직하면 취업심사 ‘프리패스’?…쿠팡·LG 등 대기업行

입력 : 2025-12-19 14:45:02
수정 : 2025-12-19 14: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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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퇴직자 6년간 438건 심사…97% 이상 승인
절반 이상 민간 기업 취업…쿠팡 1위·LG 2위 등
경실련 “심사 기준 재설계 및 공개 의무화 필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뉴시스

 

국회를 퇴직한 공직자 대부분이 취업심사를 통과해 민간 기업 등에 재취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6년간 가장 많은 국회 퇴직자가 취업한 곳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있었던 쿠팡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회 공직자 퇴직 후 취업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국회의원, 보좌진, 사무처 직원 등 국회 공직자들이다.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는 공직자가 퇴직 후 다른 기관에 재취업할 때 퇴직 전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공직자와 민간 기관의 부정한 유착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경실련은 2020년부터 2025년 12월까지 최근 6년간 국회 공직자의 취업심사 438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427건(97.5%)이 ‘취업 가능’ 또는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았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11건도 추후 취업 가능 또는 취업 승인 결정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취업 가능’은 퇴직 공직자가 업무 관련성이 없는 기관에 취업할 경우, ‘취업 승인’은 업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특별한 승인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내려진다.

 

퇴직자들의 취업처는 민간 기업이 54.57%(239건)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재벌 계열사가 126건(28.77%)으로 가장 많았고, 민간 기업이 113건(25.80%)으로 뒤를 이었다.

 

주요 기업 그룹별 취업심사 대상자 중 취업가능 혹은 승인 표. 경실련 제공

 

공공부문은 78건(17.81%), 로펌 등 전문서비스 법인은 61건(13.93%)으로 조사됐다.

 

특히 규제와 입법 이슈가 많은 기업일수록 국회 출신 인력을 적극 영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주요 기업을 그룹별로 분류하면 쿠팡에는 퇴직자 16명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LG 11명, SK 10명, 삼성 9명, KT 8명, CJ와 카카오 각각 6명, 현대 5명 등의 순이었다.

 

최근 6년간 취업심사를 신청한 국회 공직자 중 보좌진은 251명으로 전체의 57.3%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소관 상임위에서 예산과 법안을 심사하며 피감기관을 감시하던 위원이 해당 기관의 장(長)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규제 핵심 상임위 경력을 가진 의원들이 대형 회계법인 고문이나 산업 협회 임원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경실련은 이러한 취업 행태가 국회 공직자의 영향력이 민간 영역으로 이전되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법 활동과 상임위 소관을 중심으로 한 취업심사 기준 재설계 ▲보좌진 심사 기준을 부서 단위에서 기관 단위로 확대 ▲취업 승인 사유와 심사 결과의 구체적 공개 의무화를 국회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