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A씨는 어느 날부터 글씨가 이상하게 휘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신문의 글자가 물결처럼 일그러지거나 TV 자막도 가운데가 찌그러져 보였다. 노안인 줄 알고 넘기다 병원을 찾은 A씨는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면서 황반에 원래 없어야 할 혈관이 자라 출혈이나 부종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작 환자 스스로 질병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일 김민석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세계일보에 “노안은 노화로 인해 근거리가 잘 안 보이는 상황이지만, 황반변성은 거리에 상관없이 시야의 중심부가 휘어 보이거나 흐려 보이는 게 특징”이라며 “모든 증상을 노안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우세준·김민석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13∼2022년까지 40세 이상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의 유병률과 발병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 유병률은 110%, 발병률은 68% 증가했다.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로 증가 추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2040년에는 유병률이 만 명당 4.62명, 발병률은 8.4명으로, 누적 환자 수만 약 3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2022년 12만7000명)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위험도가 급상승해 80해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매년 약 10%씩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이번 결과가 단순한 환자 증가를 넘어 국가 의료비와 사회적 부담의 급증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습성 황반변성의 주요 치료법은 안구 내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억제제를 직접 주사하는 것이다.
약제 가격은 종류에 따라 1회당 약 15만원에서 8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주사비, 검사비 등이 추가로 더해진다. 처음에는 한 달 간격으로 3∼4회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황반 상태에 따라 꾸준한 반복 치료가 필요하다.
다행히 산정특례질환으로 분류돼 진료비의 10%만 내면 되지만, 보험 기준을 벗어나 비급여로 주사를 맞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김 교수는 “보험 주사 혜택을 보지 못해 약값을 전액 비급여로 처리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등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보험 적용 기준 완화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습성: 비정상적인 혈관이 자라서 피나 물이 새는 형태
●연령관련: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황반: 눈에서 가장 중요한 중앙 시야를 담당하는 부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