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대전·충남 통합 속도전… 정치색 빼고 신중히 추진하길 [논설실의 관점]

입력 : 2025-12-19 15:48:06
수정 : 2025-12-19 15:48:06
폰트 크게 폰트 작게
李 “지방선거서 통합 단체장 뽑아야”
與, 하루 만에 특위구성 등 가속페달
시·도간 조율 거쳐 혼란 최소화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국회의원 오찬 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전·충남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국회의원 14명과의 오찬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6·3 지방선거 전에 관련 절차를 끝내라는 주문이다. 민주당은 하루 뒤인 19일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특위 상임위원장에 황명선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특위 공동위원장인 박정현 의원은 “(법안이) 내년 1월 말 정도에는 1차가 끝날 것 같다”며 “2월 중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로 회부돼 3월 초·중순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 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거를 겨냥한 정치 공학적 접근이어서도 안 될 것이다.

 

수도권 1극 체제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지방 소멸 위기를 타개할 행정 통합은 필요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5극(수도권·동남권· 대구 경북권·중부권·호남권) 3특(제주·전북·강원)’ 공약 이행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번 사안에 소극적이던 민주당이 대통령 한마디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전국 선거의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충청 민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이 나올 만 하다. 지난 10월 특별법을 먼저 발의한 국민의힘도 이런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충청 민심은 1995년 민선 체제 전환 후 치러진 8번의 지방선거에서도 여·야가 팽팽하게 맞섰다. 과거 자유민주연합과 자유선진당 등 충청지역 기반 정당을 제외하더라도 대전에서는 국민의힘 계열이 세 차례, 민주당 계열이 두 차례 승리했다. 충남에선 오히려 민주당 계열이 세 번, 국민의 힘 계열이 두 번 승리했다. 현재는 대전 시장과 충남 지사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행정 통합은 지방을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대전과 충남이 합치면 인구 360만 명에 무역수지 370억 달러에 달하는 수도권에 이은 두 번째 경제 거점으로 자리매김한다. 특별지자체로 승격할 경우 중앙의 권한 이양 등으로 자치와 분권을 앞당기는 효과도 기대된다. 자치 사무 권한부터 재정 운용 여력까지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준비 기간을 감안해도 국회 차원에서 단 한 차례 논의도 없이 몇 달 만에 광역자치단체 두 곳을 통합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초광역 특별연합 논의는 경남의 부산 집중 우려로 무산됐고, 결국 울산이 빠지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과 광주·전남 통합 논의 역시 각각 특별법 제정과 인구·재정 격차에 따른 이해관계 등으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정치 논리에 매몰돼 행정 통합을 단순히 덩치를 키운다거나 경제적 차원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구체적 재정조달 방식과 행정 절차, 주민 이해관계 조율, 광역단체 간 행정권한 조정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통합의 명분을 쌓으려면 무엇보다 주민·도민의 이해를 높이는 작업이 우선이다. 주민의 삶이 바뀔 통합문제를 번갯불에 콩 볶듯이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야권을 중심으로 충남 아산 3선 의원 출신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초대 대전·충남 통합 단체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림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볼썽사납다. 선거 일정에 쫓겨 졸속 추진하기보다는 시·도간 조율과 여론 수렴 등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