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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망하겠다 생각들면 (불법) 반복하겠나”…공정위, 과징금 부과 체계 강화 착수

입력 : 2025-12-19 16:51:40
수정 : 2025-12-19 16: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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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등 해외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는 과징금이 대폭 강화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관련매출액의 3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데, 우리는 과징금 최대 한도가 6% 정도로 낮은 만큼 경제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1회 반복만으로도 과징금을 50% 가중하는 방안으로 고시도 바꾼다. 조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강제조사권 도입과 함께 불응하는 경우 경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주요 업무추진계획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공정위는 우선 공정거래 관련법상 경제적 제재가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징금 부과·산정 방식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과징금 부과율이 상향된다. 대표적 불공정행위 중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등의 경우 과징금 한도가 현재 관련매출액의 최대 6%로 설정돼 있는데, 낮게 규정된 상한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관련매출액 선정이 곤란한 경우 부과하는 정액과징금도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한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제가 처음 공정위를 맡고서 놀란 건데 일단 3%에서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다. 거기서 감경한다”면서 “일단 고시를 개정해서 6% 가깝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상당히 보편적인 게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 개정을 해서 6% 과징금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결국은 위반한 강자의 입장에서 정한 규정 아니겠어요. 이러면 안 된다고요”라면서 “공정위는 강자의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절제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다”라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몇 번 옆에 기업이 당하는 걸 보고 이러면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그런 걸 반복하겠습니까”라면서 “그런데 걸려봤자 아무것도 아니니까 차라리 돈 주고 평소에 위반하는 게 훨씬 이익이잖아요. 그 말이 안되잖아요”라고 지적했다. 이에 주 위원장은 “과징금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효과적인 반복 법위반을 억제하기 위해 1회 반복만으로도 과징금이 최대 50%를 가중하고, 위반횟수에 따라 최대 100% 가중되도록 내년 상반기 중 과징금 고시를 개정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불공정 관행도 시정된다. 식품(설탕, 밀가루, 돼지고기, 계란 등) 및 교육(학습기기, 교육시설, 인쇄용지 등) 등 4대 분야의 담합을 집중 점검한다. 공정위는 장기간·관행화된 가격담합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외에 가격 재결정 명령 부과 등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담합 관련 이 대통령은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 생리대가 39%가 비싸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조사 한번 해달라”고 지시했다.

 

공정위는 각종 불공정거래 조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강제조사권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피조사자가 공정위 조사를 거부하면 검찰에 고발조치되는 데 그친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조사가) 필요한 데 불응하면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최대한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을’의 위치에 있는 경제적 약자들의 단체행동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소상공인 등 소규모 사업자들이 단체협상을 위해 거래조건 협의 등 대기업을 상대로 단체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담합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노동자·노무제공자·노조 등을 명확히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아울러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대등한 협상을 위해 협상권 보강 및 대리점주·하도급기업간 결속 강화를 위한 단체구성권도 부여된다.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공정위 추가 인력확충도 강조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 인력이 167명 늘고, 경인사무소 신설 등 조직도 확충됐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경우 갑을 관계에서 오는 기업 간 불공정성이 특히 심하다면서 “기업 문화가 후진적이다. 원가 후려치거나, 이상한 회사에 ‘빨대’를 꽂아 재산을 빼돌리는 짓이 벌어지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나라는 그런 짓을 하면 무기징역을 받거나 징역 100년 형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주 일부만 우연히 걸리고, 걸려도 소위 ‘땜빵’을 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밥 먹듯 이런 일을 벌이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불공정행위가 적발 돼도) 로비하고, 돈으로 막고, 정치인을 동원하고, 공정위원장 집에 전화하고 그런다. 이러니 주가도 오르지 않는 것”이라며 “과징금을 대대적으로 부과하고, 인력도 대량으로 투입해 (불공정행위를) 하는 족족 다 걸린다는 생각이 꼭 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