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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는 드론이 아니었다…전쟁의 중심으로 돌아온 탄도미사일 [박수찬의 軍]

입력 : 2025-12-21 09:00:00
수정 : 2025-12-21 09: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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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떨어진 전략표적을 타격하는 탄도미사일과 드론이 세계 각국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국면이 지속되자 먼 거리에서 선제 타격하는 능력을 지닌 국가가 전쟁 주도권을 잡는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미군 에이태킴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미사일·드론 등 장거리 공격수단에 의해 이뤄진 것도 이 같은 인식이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스톰 섀도나 타우러스처럼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오랜 시간 비행하며 표적을 공격하는 드론도 있다.

 

하지만 지상 발사하는 탄도미사일까지 갖춰야 전략적 억제력을 극대화하며 적 내륙 지역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선 전술 탄도미사일과 드론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사례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확산하는 탄도미사일

 

탄도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스칸데르와 KN-23 탄도미사일 등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타격하는 모습을 지켜본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튀르키예가 개발한 타이푼 탄도미사일 앞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게티이미지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진 고가의 첨단 무기나 제3세계 분쟁 지역 개입에 필요한 차륜형장갑차 등의 경보병 장비, 대테러 무기 등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적 내륙 지역의 전략 표적을 공격하는 능력이 중시되자 재즘 이알(JASSM-ER), 스톰 섀도·스칼프, 타우러스처럼 수백㎞를 날아가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략적 억제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맞물리면서 탄도미사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따라서 유럽을 중심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관련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 에이태킴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탄도미사일을 확보하려는 서방 국가들의 노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별도의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과 다연장로켓 시스템 구매를 계기로 탄도미사일을 패키지로 구입하는 것이다.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처럼 자체적인 억제력을 갖추려는 국가들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튀르키예는 지난 12일 자국산 타이푼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미군 에이태킴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이 해상에 설정된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튀르키예 방산업체 로케트산이 만든 타이푼 미사일은 특수 제작된 8×8 발사차량에 미사일이 탑재된 컨테이너를 장착한 형태다.

 

2단 고체연료 추진 방식을 적용해서 사거리가 100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미사일이 전력화하면 동지중해와 에게해, 흑해 일대 정세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지만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그리스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도 사프산 탄도미사일 개발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 에이태킴스(ATACMS) 전술미사일을 지원받아 러시아 내륙 지역을 공격했지만,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해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타격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에서 CTM-290 전술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프산은 우크라이나가 옛소련의 일부였던 냉전 시절 미사일 개발 경험을 토대로 개발이 이뤄졌다.

 

수출용은 사거리가 300㎞로서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를 벗어나지 않지만, 내수용 미사일은 사거리가 더 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중·북부에서 러시아 쿠르스크, 브랸스크, 벨고로드 등을 타격할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사프산 미사일을 경계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시설을 집중 공격했지만, 사프산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저지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폴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다연장로켓을 도입하면서 해당 체계에서 쓸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함께 구매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발사대 역할을 하는 다연장로켓 체계 구매가 증가하면, 300∼500㎞급 탄도미사일도 확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폴란드는 미국산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나 한국산 천무 다연장로켓을 구매하면서 에이태킴스와 CTM-290 전술미사일을 함께 도입했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등도 하이마스·에이태킴스 패키지를 주문했다.

 

미군의 프리즘(PrSM)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르웨이는 최대 500㎞ 거리에 있는 지상표적을 제압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미국산 하이마스와 한국산 천무 다연장로켓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과 마찬가지로 다연장로켓 구매 결정에 따라 탄도미사일 기종도 결정되는 구조다.

 

다연장로켓 체계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은 중장기적으로는 사거리가 500㎞까지 연장될 전망이다.

 

미국은 노후화한 에이태킴스를 대체하는 프리즘(PrSM)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마스에서 운용이 가능한 프리즘 미사일은 사거리가 500㎞에 달한다. 2023년 미 육군에 배치된 상태다.

 

프리즘 미사일의 성능과 기술이 검증된 상태에서 에이태킴스 미사일 수명주기가 도래하면, 하이마스·에이태킴스 패키지를 구매했던 국가들은 프리즘 미사일로 에이태킴스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천무 다연장로켓이 하이마스·프리즘 체계와 경쟁하려면, 사거리가 500㎞ 수준에 이르는 탄도미사일과 다연장로켓 체계를 결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연장로켓 신규 구매를 고민하는 국가들은 하이마스·프리즘 패키지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은 사거리가 500㎞로 추정되는 CTM-500이라는 신형 미사일을 개발, 천무 다연장로켓에 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도 하이마스와 유사한 무기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최대 사거리가 1000㎞에 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군 병사가 훈련 도중 드론을 조작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중국과의 대결, 드론 앞세우는 미국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널리 쓰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드론도 군사적 중요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히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에서 중국의 위협을 저지하려는 미국은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지난 11월 진행된 미군의 훈련 모습을 소개했다.

 

WSJ는 미 육군이 인도태평양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드론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장비와 전술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병사가 띄운 드론이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훈련에선 미군과 가상 적군 역할을 맡은 부대가 최신 드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병사들은 드론을 활용해서 싸우는 방법과 적 드론을 상대하는 방법, 전자전 기술로 적군과 교전하는 방법을 배웠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군집 드론부터 3D 프린터로 제작한 저가 자폭 드론까지 다양한 드론을 사용해서 상대방을 찾아 공격하는 훈련도 이뤄졌다.

 

드론 차단기로 적 드론을 교란하거나 날아오는 드론을 정확하게 요격하는 전술도 적용됐다. 이라크·아프간 전쟁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전술들이다.

 

전선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지휘소도 드론 위협 대응 방법이 적용됐다.

 

정찰 드론에 노출될 확률을 낮추기 위해 지휘소 규모는 트럭 몇 대 수준으로 줄였다. 장비는 위장막과 나뭇가지 등으로 철저히 가렸다.

 

WSJ는 “이런 체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장에서 전투 양상을 지배하고 있다”며 “값비싼 전투 장비에 오랫동안 의존해온 미국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기동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모성 장비가 중심이 되는 전혀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병사가 무인정찰기를 띄우기 위해 기체를 투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군의 이같은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과의 대결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드론의 대규모 도입이 미국의 방어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영국 왕립 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은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지상전에 특화된 두 군대 간의 소모적인 전쟁이었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 다른 유형의 분쟁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브롱크 연구원은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발전된 드론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민해방군은 매년 엄청난 숫자의 고성능 전투기, 대형 군함, 최첨단 지상·해상·공중 발사 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충돌은 주로 공중과 해상에서 전개될 것이며, 지상전은 대만이나 센카쿠 열도와 같은 주요 섬들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성공은 결정적 순간에 핵심 지점에 신속·반복적으로 결정적인 공중·해상 화력을 집중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브롱크 연구원은 이러한 작전을 위해서는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 최첨단 전투기, 폭격기, 군함을 운용하고, 서로 지원하는 작전을 신중하게 조율된 합동 작전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드론 개발과 획득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면, 인도태평양 분쟁의 승패를 좌우할 고성능 공군력과 해군력에서 중국군에 대한 얼마 남지 않은 우위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