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을 마친 뒤 샤워기 물로 입안을 헹구는 습관.
바쁜 아침이나 샤워 중에는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여겨지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세균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만성 폐 질환자나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라면, 일상적인 위생 습관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는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샤워기로 입안을 직접 헹구는 행동은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NTM)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샤워기 속 ‘보이지 않는’ 세균 저장소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는 결핵균과 같은 계열의 세균이지만, 사람 간 전파보다는 환경 노출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특징이다.
호수나 강, 토양 같은 자연환경은 물론 샤워기, 수도관, 가습기 등 물과 관련된 가정·의료 환경에서도 검출 사례가 보고돼 왔다.
문제는 이 균의 생존력이다.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는 염소 소독에 비교적 강하고, 표면에 달라붙어 집단을 이루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샤워기 헤드나 호스 내부에 물때와 함께 ‘바이오필름’이 형성되면, 균이 장기간 살아남으며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물이 고이기 쉬운 샤워기 호스 구조는 세균 번식에 유리하다. 이 상태에서 샤워기 물을 입안으로 직접 들이마시면, 구강과 상기도가 균에 노출되고 미세 물방울을 통해 흡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건강한 사람은 괜찮다?”…취약층에게는 다른 이야기
전문가들은 이 습관이 모든 사람에게 즉각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은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에 노출돼도 면역 체계가 이를 자연스럽게 제거한다.
하지만 상황은 기저질환이 있을 때 달라진다.
만성 폐 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 결핵으로 폐 손상이 남아 있는 경우 혹은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이런 환경균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반복적인 노출이 이어질 경우 만성 기침, 객혈, 폐 감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사소해 보이는 생활습관 하나가 취약한 사람에게는 질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위생 위한 행동, 오히려 위험 되지 않으려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예방 원칙은 복잡하지 않다.
양치 후에는 샤워기 대신 세면대 수돗물로 입을 헹구고, 샤워 중에는 입안을 물로 헹구는 습관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샤워기 헤드는 최소 6개월에 한 번 교체하거나, 주기적으로 분리해 세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용 후에는 헤드 내부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물기를 빼주는 것이 좋다.
무심코 반복해 온 행동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경고는 과도한 불안보다 ‘생활 속 점검’의 의미가 크다.
샤워기는 몸을 씻는 도구이지, 입을 헹구는 게 아니다.
위생을 위해 한 선택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일상의 작은 습관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