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뒤에 보쌈이 빠지면 허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장과 수육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 됐다. 실제로 김장철이면 돼지고기 소비도 함께 늘어난다.
2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김장을 한 소비자의 68.5%가 수육용 돼지고기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김장을 직접 하지 않고 시판 김치를 구매한 소비자 중에서도 29.6%가 별도로 돼지고기를 구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김장 방식과 관계없이 ‘갓 담근 김치에 보쌈’이라는 식문화가 광범위하게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기름 많은 보쌈, 전자레인지에선 ‘폭발’ 위험
문제는 김장 다음 날부터다.
남은 보쌈을 간편하게 데우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선택이 뜻밖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식품 조리 전문가들은 지방 함량이 높은 육류를 전자레인지에 고출력으로 데울 경우 ‘증기 폭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방층 내부에 남아 있던 수분이 짧은 시간 안에 수증기로 변하면서 압력이 급격히 쌓이고, 한계에 도달하면 작은 폭발처럼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쌈은 살코기보다 지방 부위가 빠르게 가열되고, 온도도 더 높아지기 쉽다.
이처럼 열이 불균형하게 전달되면 특정 부위만 과열돼 국소적인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튄 기름은 전자레인지 내부를 오염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스파크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가전 전문가들은 “전자레인지 폭발 사고는 기기 결함보다 음식 특성과 사용 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남은 육류를 덩어리째 고출력으로 데우는 행위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 “촉촉함과 안전…해답은 ‘찜’”
남은 보쌈을 안전하면서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방식은 ‘찜기’다. 보쌈은 본래 찌는 조리법으로 완성되는 음식인 만큼, 다시 데울 때도 수증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설명이다.
찜기를 사용하면 육즙이 날아가지 않고, 열이 고르게 전달돼 과열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미림이나 소주를 소량 넣으면 잡내 제거는 물론 고기 표면이 마르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처음 먹을 때와 비슷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전자레인지를 꼭 사용해야 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고기를 작게 나눌 것 △저출력으로 짧게 여러 번 나눠 데울 것 △중간에 상태를 확인할 것을 기본 수칙으로 꼽는다.
특히 기름이 튀었을 경우 즉시 전원을 차단하고 내부를 청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자레인지도 화기…작은 방심이 큰 사고 부른다”
생활안전 전문가들은 전자레인지를 ‘불을 쓰지 않는 안전한 가전’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사고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전자레인지 내부에서 발생한 작은 폭발이라도 기름이 불씨 역할을 하며 ‘2차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전자레인지 사용 빈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음식이 전자레인지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편리함을 우선하다 보면 위험 신호를 놓치기 쉽다”며 “짧게, 나눠서, 확인하며 데우는 습관이 일상 속 안전을 지키는 출발점”이라고 조언한다.
김장철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보쌈 문화. 남은 수육을 어떻게 데우느냐에 따라 맛은 물론 안전까지 달라질 수 있다.
익숙한 주방 가전일수록, 음식의 특성을 이해한 사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짚어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