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이 곧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복귀한다.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2년 5월 대통령실이 용산구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뒤 3년 7개월여 만의 일이다. 헌정 중단 위기까지 초래한 12·3 비상계엄 사태의 무대가 된 용산 대통령실이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장차 취임할 대통령들의 집무 공간으로 적절치 않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계엄, 탄핵 그리고 파면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는 국민에게 좌절과 상실감만 안겼다.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가 대한민국 국운 융성과 정치 혁신의 계기로 작용하길 고대한다.
과거 청와대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이었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마치 조선 시대 국왕처럼 일반 국민과 완전히 격리된 ‘구중궁궐’ 같은 곳에 있으면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옮겼으나, 되레 역대 최악의 ‘불통’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소통은 대통령 의지에 달린 것이지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통령이 청와대 복귀 후에도 주로 비서동에 머물며 참모진과 수시로 만나 소통키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 하겠다.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재임 기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다가 임기 말, 혹은 퇴임 후 불행한 말로를 겪었다. 대통령 1인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된 우리 정치 제도의 문제점 탓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정부’란 말까지 생겼겠는가. 요즘 정부 부처들로부터 내년도 업무 보고를 받는 이 대통령의 모습에서 지나친 독단을 느꼈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 홀로 국정을 다 처리하는 듯한 ‘만기친람’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통령이 앞으로는 각 부처 장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윤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는 데 든 비용만 517억원이라고 한다. 대통령 경호처와 국방부, 경찰 등이 추가로 쓴 예산까지 더하면 액수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국민 입장에선 용산에서 청와대로 되돌아가는 이사 행렬을 지켜보는 심정이 편할 수 없다. 이런 혈세 낭비는 앞으로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일관되게 “임기 내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말해 왔다. 정치인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일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새 청사 건립에도 큰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