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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시면 재미 없잖아요”…가성비보다 ‘취향’ 중시하는 2030 소비 트렌드

입력 : 2025-12-24 05:00:00
수정 : 2025-12-23 10: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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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경험’과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업계도 다양한 맞춤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 소비 관습을 벗어나 음료를 접하는 시간과 공간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시도로 음악·미술과 결합한 공연, 전시, 파티를 통해 음료 소비를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맥주 브랜드가 밤이 아닌 아침에 음악 파티를 열고 편의점 와인은 재즈 공연장에서 즐기는 식의 ‘차별화’로 특별한 경험과 기억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라거 버드와이저는 맥주를 즐기는 공간과 시간대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방식으로 컬처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단순한 페스티벌 후원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머무르고 참여하는 현장 경험을 음악 중심 프로그램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연말에 진행한 문화 공연 ‘더 래빗홀(The Rabbit Hole)’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라피티가 허용된 도심 공간인 서울 신촌 ‘토끼굴’을 무대로 스트리트 아트와 DJ 공연을 결합했다. 터널 구조를 활용해 음악 감상의 몰입도를 높이고, 맥주를 마시는 순간을 하나의 문화 공간 체험으로 확장했다. 현장에서는 그라피티 아티스트의 라이브 페인팅과 스텐실 체험, DJ 공연이 동시에 진행되며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시간대에 대한 실험도 이어졌다. 논알코올 음료를 앞세운 ‘얼리 버드(Early Bud)’ 모닝 레이브 파티는 주류 브랜드가 밤이 아닌 아침을 무대로 음악 파티를 연 사례다. 맥주가 소비되는 전통적인 시간대를 벗어나, 일상 속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장면을 제안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관객의 떼창을 공연의 일부로 구성한 ‘버드엑스비츠 싱어롱 파티’ 등 음악 중심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공간과 시간, 참여 방식은 다르지만, 음악을 매개로 소비자가 현장에 머무르며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구성됐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버드와이저 곽동화 브랜드 매니저는 “버드와이저는 자유와 도전정신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아티스트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응원해 온 브랜드”라며, “음악·미술·패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아티스트와 소비자가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경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드와이저, 서울 신촌 '토끼굴'에서 스트리트 아트와 음악 결합한 문화공연 '더 래빗홀' 개최. 버드와이저 제공

편의점 업계에서도 음료를 향유하는 방식에 문화적 레이어를 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CU는 겨울철 와인 성수기를 맞아 미술과 음악, 와인을 결합해 예술적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컬처 와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첫 번째 협업으로 글로벌 회화 작가 킬드런(Kildren)과 함께 출시한 ‘더 뮤즈 마일스 데이비스’는 작가가 와인을 먼저 시음한 뒤 떠올린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라벨에는 재즈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의 초상 작품이 담겼으며, 라벨 하단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작가가 직접 큐레이션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 셋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와인을 마시는 순간에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다.

 

CU는 이 같은 경험을 오프라인으로도 확장한다. 오는 28일 서울 종로 낙원상가 복합문화공간 ‘이들스’에서 와인 라벨에 수록된 원화와 함께 즐기는 재즈 공연과 아트 토크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제품 구매를 넘어, 와인을 둘러싼 문화 경험을 현장에서 완성하는 방식이다.

 

BGF리테일 주류팀 장인혜 MD는 “연말로 갈수록 분위기와 감성으로 와인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예술과 음악이라는 문화적 스토리를 더해 일상 속 와인 경험을 확장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CU, 회화 작가 킬드런과 컬처 와인 '더 뮤즈 마일스 데이비스' 출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점차 제품을 넘어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즐기느냐가 브랜드 차별화의 중요한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