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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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에 80만원”…이렇게 비싼데도 ‘완판’이라고요?

입력 : 2025-12-22 08:41:06
수정 : 2025-12-22 13: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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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인 22만원 시대…연말 호텔 뷔페, ‘외식’ 아닌 ‘의례’가 됐다
예약은 매진, 부담은 체감…고가 외식이 보여주는 연말 소비 ‘민낯’

연말을 앞두고 서울 주요 특급호텔 뷔페 가격이 또 한 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성인 1인 22만원짜리 뷔페는 단순한 외식 가격이 아닌 지금 한국 사회의 소비 구조와 심리를 비추는 상징적 숫자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송년회와 연말 모임, 새해맞이를 호텔에서 보내려는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를 맞아 일부 호텔은 성인 1인 기준 저녁 뷔페 가격을 22만원대까지 끌어올렸다.

 

◆가격은 올랐지만, 자리는 없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단순 계산만 해도 성인 4명이 이용하면 8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와인이나 샴페인 등 주류를 추가하면 실제 지출은 더 늘어난다.

 

성인 2명과 어린이 2명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가족 외식의 경우에도 50만~60만원대는 기본이고, 호텔과 날짜에 따라 90만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예약 상황이다.

 

주요 특급호텔 뷔페는 이미 주말과 연말 날짜가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호텔업계는 식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연말 제철 메뉴 확대 등을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설명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보다 구조적인 변화로 해석한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호텔 뷔페 가격 인상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고급 외식 시장이 구조적으로 상향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어 “뷔페가 더 이상 ‘많이 먹는 곳’이 아닌 연말을 기념하는 프리미엄 경험 상품으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싸도 간다”…기념일 소비의 힘

 

연말 호텔 뷔페 수요는 전형적인 ‘기념일 소비’로 분류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연말이니까’, ‘한 해에 한 번쯤은’이라는 명분 아래 지출을 합리화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 민감도는 크게 낮아진다.

 

소비 트렌드 전문가들은 “외식비 부담을 체감하면서도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는 현상은 소비 양극화가 체감형 서비스 시장에서도 뚜렷해졌다는 의미”라며 “일상적인 외식은 줄이되, 상징성이 큰 연말 소비에는 과감히 지갑을 여는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호텔 뷔페 가격 인상이 원가 요인과 함께 성수기 전략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연말처럼 수요가 확실한 구간에서 가격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은 전형적인 고급 서비스 업종의 가격 전략이라는 것이다.

 

◆성수기 전략, ‘대체재 없는’ 소비…“호텔은 단순 음식을 팔지 않는다”

 

호텔 뷔페는 ‘완벽한 대체재’가 없는 소비로 분류된다.

 

같은 분위기, 동일한 상징성을 제공하는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 인상 폭이 더 크게 나타난다.

 

가족 단위 외식 비용이 80만원을 넘어서는 현실은 외식이 더 이상 생활비가 아닌 하나의 이벤트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호텔들은 메뉴 그 자체보다 ‘연말에 그 공간에 있었다’는 경험을 판매하고 있다.

 

연말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느냐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지표처럼 인식되는 시대다. 게티이미지

브랜드가 가진 상징성과 희소성이 가격 저항을 낮추는 핵심 요소다.

 

호텔들은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대신 △제철 식재료 스토리텔링 △라이브 키친 연출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가격에 대한 불만을 경험 가치로 상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 찾는 심리…연말 외식이 말해주는 것

 

전문가들은 연말이 되면 가격 비교보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한다.

 

가족이나 지인과의 송년 모임에서 장소 선택은 단순한 식당 고르기가 아닌 ‘관계’, ‘성의’를 표현하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고가의 ‘호텔’이라는 선택지로 기울게 된다.

 

연말 호텔 뷔페는 이제 하나의 의례로 자리 잡았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특별한 장소에서 의미를 남기고자 하는 욕구가 가격 상승을 지탱한다.

 

동시에 이러한 고가 외식의 일상화는 계층별 소비 경험의 격차가 문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말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느냐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지표처럼 인식되는 시대다.

 

성인 1인 22만원짜리 뷔페는 단순한 외식 가격이 아닌 지금 한국 사회의 소비 구조와 심리를 비추는 상징적 숫자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