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새로운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현재 원자력을 동력으로 삼는 핵항모를 운영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프랑스와 미국 둘 뿐이다.
2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프랑스군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연설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약육강식 시대에는 적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럴려면 우리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데, 특히 바다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하고 신중한 검토 끝에 프랑스는 새 항모를 갖추기로 했다”며 “항모 건조를 위한 대형 프로그램이 이번 주부터 가동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해군은 새 핵항모를 오는 2038년까지 실전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건조에는 총 100억유로(약 17조 35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2023년 프랑스 국방부가 계산한 수치다.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할 때 실제 건조에는 더 많은 금액이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마크롱은 “항모 건조 프로젝트는 수백개의 공급업체, 특히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는 2026년 2월 조선소를 찾아가 기업인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새 핵항모는 배수량이 약 7만8000t, 길이는 310m에 이른다. 이는 현재 프랑스 해군이 보유한 핵항모 ‘샤를 드골’과 비교해 몸집이 훨씬 더 크다.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 샤를 드골(1959∼1969년 재임)의 이름을 딴 드골함은 배수량이 4만2000t, 길이는 261m다. 다만 미국 해군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핵항모 ‘제럴드 포드’보다는 작다. 미국 제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1974∼1977년 재임)의 이름을 딴 포드함의 배수량은 10만t이 넘고 길이도 334m나 된다.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프랑스 해군의 새 핵항모는 승조원 약 2000명과 라팔M 전투기 30대 수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프랑스 항공사 다쏘가 제작한 라팔M은 공군의 라팔 전투기를 해군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함재기로 개조한 것이다.
프랑스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국방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마크롱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 프랑스 정부 방위 예산은 연간 640억유로(약 1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군은 현재 20만명의 정규군과 4만명의 예비군으로 편성돼 있다. 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가운데 폴란드 다음으로 많은 병력이다. 프랑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하는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예비군 규모를 지금의 2배인 8만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