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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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의 안전은 최소한의 예의 [현장메모]

입력 : 2025-12-22 18:42:22
수정 : 2025-12-22 18: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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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은 흔히 ‘3D 직업’으로 분류된다.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이라는 뜻이다. 이 가운데 ‘어렵다’는 말 대신 ‘죽음(Death)’이란 표현이 어울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오랫동안 그렇게 인식돼 왔다. 주 6일, 모두가 잠든 사이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를 들어 올리고 쏟아붓는 일. 그런 노동에는 고단함만 있을 것이라 기자 역시 섣불리 짐작했다.

그 짐작은 현장에서 빗나갔다. 6일간 환경미화원을 동행 취재하며 더럽고 위험한 장면을 숱하게 목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기존의 정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또 다른 ‘3D’가 있었다. 공공의 의무(Duty)를 봉사에 가까운 헌신(Dedication)으로 받아들이고, 부지런히(Diligent) 작업하는 태도였다.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베테랑 청소차 운전원 최동찬씨는 가장 힘든 날로 명절 연휴 직후를 꼽았다. 연중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때다. 그는 동시에 그날을 “가장 보람찬 날”이라고 했다. 시민을 위해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해진 거리를 마주할 때 이 일의 의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 보람이 40년 넘게 이 일을 이어온 힘이었다.

정세진 탐사보도팀 기자

금천구의 한 24시간 슈퍼마켓 주인은 환경미화원 신재삼씨를 보자마자 기자를 붙잡았다. 그는 “신씨에 대해 나한테 다 물어봐라. 할 말이 너무 많다”며 신씨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쓰레기를 묵묵히 치운다고 했다. 그 성실함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환경미화원은 여전히 사회에서 ‘더럽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으로만 호명되고 있다. 소방관의 처우가 뜨거운 불길 속에서 일하기 때문이 아니라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노동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논의되듯, 환경미화원 역시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기 때문이 아니라 공공의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환경미화원의 노동 현장이 안전해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