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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위헌입법 반대” 필리버스터 24시간 채워…헌정사 최장기록

입력 : 2025-12-23 09:55:37
수정 : 2025-12-23 13: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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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기록을 세웠다. 장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 연단에 올라 24시간 제한시간을 모두 채웠다. 장 대표는 무제한 토론을 통해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전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인 오전 11시40분쯤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밤을 꼬박 새워 반대 의견을 피력한 그는 24시간 경과로 토론이 강제 종결된 23일 오전 11시 40분까지 총 24시간 발언했다. 종전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의 17시간 12분이다.

 

국민의힘TV 유튜브 캡쳐.

 

이날 장 대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담담한 어조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갔다. 그는 이 법안이 “명백히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이자 위헌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법무부 장관은 이 법이 통과된다면 법치주의와 국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강력히 건의해야 하며,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재의요구권 건의를 하지 않더라도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주려면 반드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소리 없는 계엄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법에 의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법에 의해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법에 의해 국민 인권을 짓밟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며 “국민께서 어떤 의원이 이 법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영원히 기억해달라”고도 했다. 장 대표는 토론 도중 ‘한동훈 전 대표 등의 동참이 없었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도, 이재명 대통령 권력 탄생도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한 보수 언론의 사설을 읽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필리버스터 시작 이후 20명 안팎의 조를 짜서 이날 새벽까지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의원들은 토론이 22시간을 넘기자 “힘내세요”라며 장 대표를 응원했고 최장 기록을 경신한 순간에는 “기록 깼습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5시쯤 장 대표가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돌파하자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 본회의장에서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이 종전 기록을 경신해 18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송 원내대표는 “의원들은 경내에 도착하는 대로 본회의장으로 입장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거에 맞서고 있는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본회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밤새 자리를 지키며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을 들었다. 정 장관은 필리버스터 시작 후 18시간이 지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장 대표가혼자 계속 토론하고 있다. 저도 국무위원석에 계속 앉아 있다”며 “대화·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했다.

 

반대 토론 23시간이 지난 시점에 찬성 토론을 위해 대기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찬성 토론 기회도 달라”고 요구하고, 우 의장이 자리로 돌아가라고 답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뒤섞여 잠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이 장 대표에게 “기록 세우러 나왔느냐”며 항의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의힘 대표 너무 잘한다”고 외치며 박수로 격려했다.

 

우 의장이 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를 알리자 토론을 끝낸 장 대표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낸 뒤 본회의장을 떠났고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을 표결 처리해 통과시켰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등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전담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사항을 모두 대법원 예규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설치 관련 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