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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대홍수’ 무분별 혹평에 “배달앱 리뷰와 뭐가 다른가”

입력 : 2025-12-23 17:01:52
수정 : 2025-12-23 18: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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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일부 관객의 무분별한 혹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지웅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과거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유전’을 높게 평가했다가 대중의 혹평과 극심한 괴리를 느낀 경험을 언급하며 “아주 기본적인 층위에서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 시점이 나에게는 비극이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그는 영화에 관한 직업적인 글쓰기를 완전히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 허지웅 인스타그램 캡처

이와 함께 허지웅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극단적인 평가 양상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체감되는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는 시대”라며 “시작하자마자 관객의 도파민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콘텐츠는 외면당하거나 저주를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영화는 클릭 몇 번이면 소비된다. 사람들은 이야기의 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홍수’가 그렇게까지 매도돼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주를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논리를 갖춰야 한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싫다고 외치면서도 논리를 갖추는 광경을,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허지웅은 일부 혹평을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리뷰 문화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우리 애기가 먹어야 하는데 음식이 내 기대와 달랐으니 너는 장사를 접으라’고 말하는 리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표현했다. 이어 “이런 태도가 결국 새로운 이야기와 실험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을 향해서는 “복수 심리로 한심한 기획 영화에 영혼을 팔지 말라”며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언젠가 칭찬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한 “스스로를 최후의, 최선의 관객으로 여기라”며 관객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편 ‘대홍수’는 대홍수가 덮친 이후 인류 생존의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에서 사투를 벌이는 SF 재난 영화로, 김다미와 박해수가 주연을 맡았다.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10명 중 7~9명이 좋아할 영화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며 호불호 반응을 예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