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개편안과 달리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세법개정이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바뀐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세형평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은 보조금’이라고 불리는 조세지출 감면에서 고소득층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고소득층이 금융자산 관련 세 부담을 추가로 덜게 돼 자산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만 해도 고소득층에 대한 세 부담은 향후 5년간 684억원(순액법 기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전체근로자 평균임금의 200% 이하에 해당하는 서민·중산층은 세 부담이 1024억원 줄어 소득 수준에 따라 조세가 부과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 대해 ‘응능부담(능력에 맞게 공평 부담)에 따른 세 부담 정상화’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국회 확정 세법개정에서 고소득층 세 부담이 줄어든 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당초 상장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고, 자본소득에 대해 과세를 꾸준히 강화했던 흐름을 이어가겠단 취지였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커지고, 정치권이 개미 표심에 힘을 실으면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결국 현행(50억원)대로 유지됐다.
문제는 초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일었던 배당소득 분리과세까지 포함할 경우 고소득층 세 부담 감소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효과를 서민·중산층, 고소득층으로 나눠 분석하지 않고 ‘기타’ 항목에 분류하는 데 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혜택을 보는 이들의 근로소득을 구분해내기 쉽지 않아 기타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 세법개정안 분석’에 따르면 배당소득 분리과세(정부안 기준) 포함 시 고소득층 세 부담은 4674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연도(2025년) 대비 연도별 세수효과를 따지는 누적법으로 계산하면 1조7069억원에 달한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3억~50억원 구간 세율은 25%로 낮추되,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0% 세율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부안 대비 좀 더 완화된 만큼 고소득층이 누리는 감세 혜택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고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은 확대되고 있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깎거나 면제해 주는 것을 말한다. 고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은 2024년 14조9625억원으로 전체(46조22억원)에서 32.5%를 차지했는데 올해 34.8%(17조3억원), 내년 35.1%(18조369억원)로 증가세가 지속된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자산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순자산 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6.1%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늘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우선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테크 기업 세제혜택 등이 자본시장 활성화, 혁신 등의 명분이 있지만 모두 ‘자산친화적’인 정책이라 빈익빈부익부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이미 한국 사회의 자산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며 저출산 현상도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고 있다. 불평등이 손쓰기 어려운 수준에 달하기 전에 현 정부가 적절한 ‘자산재분배’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