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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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저격한 前 공화당 상원의원 “췌장암 말기… 사실상 사형 선고”

입력 : 2025-12-24 09:46:39
수정 : 2025-12-24 09: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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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래스카州 출신 재선 의원 벤 새스
한·미 FTA와 주한미군 유지 적극 지지
1·6 사태 이후 트럼프 탄핵소추 찬성표

미국 공화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벤 새스(53) 전 플로리다 대학교 총장이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새스는 의정 활동 내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주한미군을 강력히 지지한 ‘친한파’ 정치인이었다.

 

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 상원의원(2015∼2023년 재임)을 지낸 벤 새스 전 플로리다대 총장. 게티이미지

23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새스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그가 췌장암 4기에 접어들었다고 털어놨다. “나는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고 곧 죽을 것”이라고 토로한 새스는 “하지만 내겐 아직 해야 할 얘기가 더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스는 1972년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주(州) 플레인뷰에서 태어났다. 명문 하버드 대학교에서 행정학으로 학사, 예일 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각각 받은 수재다. 텍사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일하던 새스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 보건복지부 차관보로 발탁되며 처음 고위 공직자 생활을 경험했다. 2009년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다시 학계로 돌아간 그는 2014년 11월 공화당 공천으로 고향인 네브래스카주에서 6년 임기의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이듬해 1월 의정 활동을 시작한 새스는 공화당 내부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며 트럼프와 다소 거리를 뒀다. 다만 2016년 미 대선에선 트럼프 편을 들었고 이후로도 한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지지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본격화하고 동맹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취하자 새스는 백악관과 행정부에 등을 돌렸다. 그는 트럼프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반기를 들며 “한·미 FTA를 폐기해선 안 된다”고 강한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감축 내지 철수 가능성 시사에도 “전략적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트럼프는 새스를 겨냥해 “공화당 상원의원들 중 가장 무능한 인물”이라고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2021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한 1·6 사태 직후 벤 새스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왼쪽)이 CBS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탄핵소추를 주장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2020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한 트럼프가 “선거 사기”를 외치고 불복 입장을 고수하자 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한 새스는 트럼프와 결별하는 길을 택했다. 이듬해인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 번복을 시도하며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한 1·6 사태가 벌어졌다. 새스는 여당인 공화당 상원의원임에도 트럼프 탄핵소추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 일로 그는 트럼프와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새스는 2023년 1월 상원의원 임기가 아직 4년 가까이 남아 있었는데도 의원직을 그만두고 플로리다대 총장으로 옮겨 2024년 7월까지 재직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와의 악연 탓에 마가 세력에게 ‘정계에서 꼭 퇴출시켜야 할 대상’으로 찍힌 새스가 더는 워싱턴 중앙 정치 무대에서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