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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건강 악화로 풀려나… 룰라 “사면·감형 없다”

입력 : 2025-12-24 13:52:37
수정 : 2025-12-24 1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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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병원에서 탈장 수술 받을 예정
룰라 “형량 줄이는 법안 거부권 행사”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70) 전 브라질 대통령이 성탄절에 맞춰 교도소에서 풀려난다.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브라질 의회 의원들이 그의 형량을 낮추는 내용의 법률 가결을 추진 중이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80) 현 대통령은 ‘설령 그런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입장이 확고해 보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2019년 1월∼2023년 1월 재임). 퇴임 후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7년 3개월이 확정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3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건강이 악화한 보우소나루의 일시적 석방을 허가했다. 보우소나루는 크리스마스인 오는 25일 병원에서 탈장(脫腸) 수술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탈장이란 인체 장기 일부가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보우소나루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18년 선거운동 기간 괴한이 흉기로 복부를 찌르는 공격을 당한 뒤 줄곧 탈장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해왔다.

 

앞서 내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보우소나루는 지난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27년 3개월이 확정됐다. 브라질 검찰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이던 정적 룰라에게 참패하며 연임에 실패하자 신정부를 전복하려는 쿠데타 음모를 꾸민 혐의로 재판에 넘겨겼다. 대선 이듬해인 2023년 룰라가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그해 1월 8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보우소나루 지지자 등이 참여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는데, 그 배후에 보우소나루 본인이 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는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항변했으나 브라질 사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 주심을 맡은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대법관은 “피고인(보우소나루)이 대선에에서 경쟁 후보(룰라)에게 진 직후 쿠데타를 획책했다는 혐의 내용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피고인이 군부 지휘관 일부와 회의를 갖고 헌법 위반에 관해 논의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과거 20년간 독재 체제를 경험한 브라질이 피고인 한 사람 때문에 다시 권위주의 국가로 퇴행할 뻔했다”고 보우소나루를 질타했다.

 

2023년 1월 8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폭동이 일어난 모습.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신임 대통령 정부의 전복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켰다가 국회 탄핵소추를 당하고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 뒤 현재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윤석열(65)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브라질 의회에는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야당 의원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은 대법원이 보우소나루의 유죄를 확정한 직후 룰라에게 특별사면(특사) 실시를 요구했으나, 룰라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그러자 의원들은 보우소나루의 형량을 대법원이 정한 27년 3개월보다 훨씬 짧은 3년 이하로 확 줄이는 내용의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나섰다.

 

문제는 과거 보우소나루의 절친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지금은 보우소나루한테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룰라는 “만약 보우소나루 형량을 줄이는 내용의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즉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