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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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불륜 심리, ‘이것’과 놀랍도록 비슷해

입력 : 2025-12-24 15:04:27
수정 : 2025-12-24 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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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방식이 범죄자의 사고 구조와 닮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단순한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범죄학 이론으로 설명 가능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앨라배마대와 러트거스대 공동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일탈행동(Deviant Behavior)’ 최신호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진은 미국의 인기 온라인 포럼 두 곳에서 불륜 경험을 고백한 게시글 81건을 수집해 분석했다. 경험담 가운데 남성 작성자의 글은 64건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긴장 이론(strain theory) ▲제한적 억제(restrictive deterrence) ▲중화 이론(neutralization theory) 등 세 가지 범죄학 개념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불륜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기와 은폐 전략, 죄책감 회피 방식이 기존 범죄학 이론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먼저 불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것은 ‘긴장’이었다. 게시글 작성자들은 직장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 정서적 고립, 친밀감 부족, 성적 욕구 좌절 등을 불륜의 계기로 언급했다. 이는 좌절과 부정적 감정이 일탈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긴장 이론과 맥락이 일치한다. 다만 연구진은 “불륜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들킬 수 있다는 불안과 이중생활에서 오는 죄책감 등 새로운 스트레스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은폐 전략도 등장했다. 불륜을 저지른 이들은 선불 휴대전화나 비밀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의심받지 않을 장소와 시간을 계산해 만남을 지속했다. 배우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더 다정하게 행동하거나, 의혹이 제기되면 ‘과민 반응’으로 몰아가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제한적 억제’ 전략으로 해석했다. 처벌을 완전히 피하기보다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범죄자의 행동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죄책감을 줄이기 위한 자기 합리화도 두드러졌다. 게시글에는 “욕구는 본능”이라며 개인의 선택을 부정하거나, “배우자가 먼저 나를 소홀히 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표현이 반복됐다. “상대가 모르면 상처도 받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을 찾았을 뿐”이라는 식의 주장 역시 등장했다. 이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해 도덕적 비난을 무력화하는 ‘중화 이론’의 전형이다.

 

연구진은 이 세 가지 메커니즘이 서로 분리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며 불륜을 지속·확대시키는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관계에서 비롯된 긴장이 합리화로 이어지고, 은폐 전략이 강화될수록 “피해는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공동 저자인 토바 코헨 박사는 “불륜과 범죄는 법적 성격은 다르지만 심리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며 “이런 사고방식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범죄자와 평범한 사람 사이의 심리적 경계는 생각보다 명확하게 나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