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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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휴대폰 개통 안면인증

입력 : 2025-12-24 22:58:05
수정 : 2025-12-24 22: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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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마다 거의 반전의 명장면이 등장한다. 숨 막히는 순간 빌런이 갑자기 얼굴을 까뒤집으면 주인공 이단 헌터(톰 크루즈 분)의 수려한 얼굴이 드러난다. 적이 첨단 3차원(3D) 기술로 제작된 가면에 기만됐음을 눈치챘을 땐 이미 늦었다.

2019년 미국의 인공지능(AI) 솔루션 업체 크네론(Kneron)은 중국이 자랑하는 안면인식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실험으로 화제가 됐다. 크네론은 3D 마스크로 중국의 온라인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안면 식별망을 뚫었다. 민간 기업만 당한 게 아니다. 중국의 국경 인근 검문소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의 안면인식 시스템도 속았다. 크네론 측이 사용한 마스크는 이단 헌터처럼 머리 전체를 뒤집어쓰는 것도 아니라 그냥 얼굴만 가리는 형태에 불과했다.

그제부터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려면 안면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통신 3사가 운영하는 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인 ‘PASS’(패스)로 신분증 사진을 찍은 후 실제 본인 얼굴을 직접 촬영해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도용·위조한 제3자의 신분증을 제시해 개통한 일명 대포폰이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여론은 범죄 예방의 대의엔 공감하면서도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먼저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항, 지하철역은 물론 아파트 단지, 공용화장실 출입 때도 얼굴을 인식기에 스캔하는 ‘솨롄’이 일상적인 중국이 떠올라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각종 개인 정보 유출 사고로 불신이 증폭한 상황에서 “안면정보까지 털리는 것”아니냐는 불안감도 크다. 국회엔 안면인식 의무화 반대 청원이 등장했다.

정부는 인증에 사용된 생체정보는 저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해킹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데 누가 개인 정보 탈취에서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3개월간 시범 실시 후 새해 3월23일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 우려를 해소하는 보완 노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