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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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닫힌 무안 하늘길… 여행사·지역민 ‘긴 한숨’ [심층기획-제주항공 참사 1년]

입력 : 2025-12-25 06:00:00
수정 : 2025-12-25 13: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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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3개월 단위로 폐쇄기간 연장
공항 올스톱에 지역관광업 고사 위기
해외 출장 시민들 “타공항 이용 불편”

제주항공여객기 참사로 무안국제공항이 1년째 문을 닫고 있다. 지역여행업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적자에 발만 동동 구르고 외국을 나가는 지역민들은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둔 2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뉴스1

24일 전남도와 무안공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제주항공여객기 참사 이후 폐쇄된 무안공항은 언제 개항할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참사 이후 3개월 단위로 폐쇄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현재 공고한 폐쇄기간은 내년 1월5일 오전 5시까지다. 이 시기가 되면 또다시 3개월간 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3개월 단위로 폐쇄기간 연장만 공고할 뿐 개장 시기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무안공항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는 데는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둔덕의 보존이다. 사고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데다 제주항공여객기 참사 유가족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설계를 마치고도 철거와 교체 작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무안공항 정상화 이전에 항공안전시스템 재정비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유가족은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을 만든 것에 대한 국토부의 명확한 답변도 아직 오지 않았다”며 “방위각 시설 공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납득할 수준으로 온다면 언제든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24일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가 무너져있는 모습. 연합뉴스

무안공항 폐쇄로 가장 힘든 곳은 지역여행업계다. 조금만 버티면 개항할 것으로 지난 1년을 버텨온 여행사들은 이제 자포자기한 상황이다. 호남지역 유일의 국제선 공항이 멈춰서면서 여행업계는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겨울방학과 명절이 다가오는 성수기를 맞았지만 무안공항이 아닌 김해와 인천, 청주공항으로 우회한다는 상담에 여행 성사는 10건에 1건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광주에서 30년간 여행사를 운영해온 김모 대표는 “참사 이후 단순계산만으로 1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며 “인건비를 견디다 못해 직원 2명을 모두 내보내고 아내와 함께 둘이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를 나가려면 차량으로도 4, 5시간이 걸리는 지역까지 가야 하는 지역민들 불편도 상당하다. 광주에 사는 박모씨는 “얼마 전 아들이 사는 일본을 가는데 비행시간이 2시간도 되지 않는데, 4시간이나 걸려 김해공항까지 갔다”며 “지역에 국제선이 없으니 이런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