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송년회, 동창회 등 각종 행사로 술자리가 몰리는 시기다. 바쁜 일정 탓에 끼니를 거른 채 빈속으로 술자리에 앉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공복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 점막을 자극해 위산 분비가 과도하게 증가한다. 이로 인해 구토나 복통, 속쓰림 등을 겪을 수 있다. 또 평소보다 취기를 빨리 느끼고 균형 감각이 저하되는 등 여러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연말 적절한 음주 습관을 지키고 술자리 전후엔 적절한 식사를 챙길 것을 권고했다.
25일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심재종 원장은 “공복 상태에서 음주는 우리 몸의 영양 균형을 훨씬 빠르게 무너뜨린다”라며 “해독에 필요한 영양소가 한꺼번에 소모되면서, 일종의 ‘영양소 파산’ 상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복 음주는 여러 단계의 악순환을 거친다. 우선 끼니를 거른 공복 상태는 그 자체로 우리 몸의 영양소 비축량을 바닥나게 한다. 이때 알코올이 들어오면 간은 해독을 위해 비타민 B군(B1, B3)과 마그네슘, 아연 등 핵심 영양소를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끌어다 쓰게 된다.
또 빈속에 들어온 알코올이 위와 장의 점막을 직접 자극해 영양소 흡수 기능을 떨어뜨린다. 결국 술과 함께 안주를 먹더라도 영양소가 몸에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 알코올의 강력한 이뇨 작용은 수분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수용성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이로 인해 몸에 피로감이 쉽게 쌓이고, 집중력 저하와 근육 경련, 면역력 약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는 알코올 흡수 속도도 빨라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이로 인해 취기가 빠르게 오를 뿐 아니라 위염, 위출혈 위험과 함께 간 손상 가능성도 커진다. 일부 애주가들은 공복에 마실 때 취기가 빨리 오르는 느낌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이때 알코올이 위벽을 자극해 속쓰림, 위염, 위궤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또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과부하를 받게 되고, 장기적으로 지방간이나 간 기능 저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심 원장은 “평소보다 ‘취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몸의 방어 시스템이 무너져 뇌가 독성 물질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위험 신호”라며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뇌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말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술자리 전에는 가급적 식사를 하거나 우유, 삶은 달걀 등으로 속을 채워 알코올로 인한 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