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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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는 여기" 색깔로 표시?…서울 재건축 단지 '배치표' 논란

입력 : 2025-12-25 01:05:41
수정 : 2025-12-25 01: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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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셜 믹스’ 정책에도 차별 문화 여전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임대 세대의 동∙호수 정보가 담긴 ‘배치표’가 퍼지며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색깔로 구분된 단지 배치표가 올라왔다. 조합원 물량, 일반 분양, 임대주택, 보류지 등이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돼 있어 임대세대가 어디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24일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일반 분양과 섞어 배치하는 ‘소셜 믹스’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를 따로 구분한 배치표를 만들어 공유하는 등 차별 문화는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6일에는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서울 주요 단지 임대 비율’이라는 제목으로 래미안라클래시, 반포써밋, 반포자이,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잠실르엘, 원베일리,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등 주요 아파트 단지 임대주택 비율을 정리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러한 커뮤니티에선 “네이버 부동산 단지 정보에서 임대가 있는 경우 단지 세대수 옆에 괄호로 표시된다”, “호갱 노노, 렌트홈을 이용하면 임대 세대 비율을 알 수 있다” 등 임대 구분법이 담긴 정보도 나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입주자 선정 이후 동·호수는 선택 배정이 아닌 공개 추첨 방식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각 단지에 대해 동·호수 무작위 추첨 도입, 한강 조망권 주동에도 소형 임대 배치, 임대·일반 구분 불가 등 ‘완전한 소셜믹스’를 인허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벌칙 조항이 없어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아파트의 경우 동·호수 무작위 배정 원칙을 지키지 않는 대신 20억원을 ‘현금 기부채납’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소셜 믹스’를 둘러싼 갈등은 서울 상급지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임대주택을 낮은 층과 비선호동에 배치했다가, 서울시로부터 ‘고층 주동과 조망이 우수한 위치에도 공공임대 배치를 포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는 해당 안이 소셜믹스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업을 보류했고, 결국 조합은 공공임대주택 785세대의 배치를 변경하며 일부 임대세대를 한강변에 포함시켰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에선 전용 59㎡ 일부 가구가 한강변에 배치되고 해당 물량이 공공임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조합장이 해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