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세찬 바람에 맞서서 옷자락을 휘날리며 앞을 향하고 있다. 그리스신화에서 니케, 로마신화에서는 빅토리아로 불리는 승리의 여신상이다. 1863년 오스만제국(지금의 튀르키예)의 프랑스 부영사가 에게해 북부 사모트라케 섬에서 몸체와 가슴, 옷과 날개 파편들을 발견해서 루브르박물관으로 가져가 복원한 모습이다. 지금은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리스 후기 헬레니즘 시대 작품이다. 아테네가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스파르타에 패배한 후, 그리스의 정치적인 안정은 중단되었고 도시국가들 사이에 혼란이 계속됐다. 이때를 틈타 북쪽 마케도니아의 필립 Ⅱ세가 쳐들어와 그리스를 정복했고, 그의 아들 알렉산더대왕은 동방 원정을 펼쳐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국경에까지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다. 이 국가가 알렉산더 제국이며, 이 시대의 미술이 헬레니즘 미술이다. 그 형태에서 대제국의 힘과 위엄을 과시하는 화려하고 강한 인상이 강조되고, 사실적이며 표현적인 특징이 두드러졌다.
‘승리의 여신상’은 그런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승리의 여신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전함의 뱃머리에 내려서는 순간을 나타냈다. 머리와 두 팔은 없지만, 오른손에는 승리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었고 왼쪽으로 바다 멀리 전쟁터를 응시하는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찬 바닷바람에 날려 휘감기고 펄럭이는 옷자락, 깃털이 촘촘히 박힌 날개의 묘사를 보면 대리석을 깎아서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탁월한 사실적 묘사와 화려한 기교를 발휘해서 고전적 그리스 미술의 단순한 장엄함을 벗어났다고 평가된다. 양 날개를 한껏 벌려 새로운 승리를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간 격동의 해였다는 의미다.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우리 마음에 답답함을 가득 채운 한 해이기도 했다. 답답함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여신상을 상상하면서 올해를 마무리하고 싶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