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최근 불거진 부적절한 처신 의혹과 관련, 제보자로 전직 보좌직원을 지목한 후 “그들은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9일 보좌직원 6명에게 직권면직을 통보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12월4일 이들 6명의 비밀 대화방을 알게 됐는데, 이들이 이곳에서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하여 성희롱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저와 가족을 난도질했다”는 게 김 원내대표 주장이다. 그러면서 “(함께 의정활동을 하던) 그 시절, 서로 신뢰 속에서 오갔던 말과 부탁, 도움은 이제 ‘갑질’로 둔갑했다”고 했다. 제보자를 비난하며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는 데 급급한 모양이다.
김 원내대표 주장이 맞다고 해도 그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 숙박권을 받아 사용한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재작년 그의 며느리와 손자, 부인에게 특혜성 의전을 제공하려고 대한항공 측과 김 원내대표 보좌진 간 논의가 오간 사실에도 변함이 없다. 김 원내대표가 숙박권을 받고 사용하는 사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피감기관인 대한항공 관련 현안을 다룬 만큼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여당 원내 사령탑이란 중책을 맡은 그가 이들 의혹에 겸허히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SNS에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제 몫”이라고 말했다. 전제 조건을 단 것부터 진정한 대국민 사과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제 여당 의원의 단체 대화방에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고개 숙인 것과는 확연한 온도차가 난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에도 피감기관인 쿠팡 대표와 최고급 호텔에서 만나 식사 대접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할 일을 했을 뿐이며 앞으로도 필요하면 누구든 만날 것”이라며 “떳떳하다”고 했었다. 당시에도 그의 처신이나 언행이 국민 눈높이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재 기자에게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건가. 맞아요. 됐어요?”라고 쏘아붙이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제보자를 탓하기에 앞서 왜 자신이 수사 기관의 조사 대상이 될 법한 의혹의 중심에 섰는지부터 뼈저리게 성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