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블리 와인 가까이 들여다보기③>
부르고뉴 끌리마는 정교하게 구획된 포도밭/지질학·기후 조건따라 수백년 전 정해져/프리미에 크뤼 40개·그랑크뤼 7개 끌리마/위치·고도·일조방향 따라 뚜렷한 캐릭터 차이 보여/우안 푸르숌·좌안 몽맹 대표 끌리마
프랑스 부르고뉴 최북단 와인 산지 샤블리는 뛰어난 포도가 생산되는 끌리마(Climats)가 모두 47개입니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에 40개가 몰려있고, 샤블리 그랑크뤼 크뤼는 7개입니다. 클리마는 샤블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세랭(Serein) 강을 중심으로 좌안과 우안으로 나눠지며 위치, 고도, 일조방향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되는 캐릭터를 지녔습니다. 끌리마는 지질학적, 기후적 조건에 따라 수백 년 전부터 이름 붙여지고 경계가 그어진 특정 포도밭 구획을 의미합니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주요 끌리마는 모두 17개이고 그 안에 하부 끌리마까지 합치면 모두 40개입니다.
<우안>
우안은 대개 일조량이 풍부하여 더 힘 있고 풍부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그랑 크뤼 언덕과 인접해 있습니다.
▶몽 드 미유(Mont de Milieu)
▶몽떼 드 또네르(Montée de Tonnerre)
하위 끌리마: 샤푈로(Chapelot), 피에 달루(Pied d’Aloup), 꼬뜨 드 브레샹 (Côte de Bréchain)
▶푸르숌(Fourchaume)
하위 끌리마: 보퓔랑(Vaupulent), 꼬뜨 드 퐁트네(Côte de Fontenay), 롬 모르(L’Homme Mort), 보로랑(Vaulorent)
▶레 푸르노(Les Fourneaux)
하위 끌리마: 모랭(Morein), 꼬뜨 데 프레-지로(Côte des Prés-Girots)
▶보쿠팽(Vaucoupin)
▶베르디오(Berdiot)
▶꼬뜨 드 보바루스 (Côte de Vaubarousse)
<좌안>
좌안은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적거나 서늘하여 샤블리 특유의 날카로운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이용(Vaillons)
하위 끌리마: 샤탱(Chatains), 세셰(Sécher), 레 리(Les Lys), 뵈뇽(Beugnons), 레 제피노트 (Les Épinottes), 멜리노(Mélinots), 롱시에르 (Roncières)
▶몽맹 (Montmains)
하위 끌리마: 포레(Forêts), 뷔또(Butteaux)
▶꼬뜨 드 레셰 (Côte de Léchet)
▶보루아(Beauroy)
하위 끌리마: 트뢰엠(Troësmes), 꼬뜨 드 사방(Côte de Savant)
▶보 드 베 (Vau de Vey)
하위 끌리마: 보 라공(Vaux Ragons)
▶보 리뇨(Vau Ligneau)
▶보드베(Vaudevey)
▶보그로(Vosgros)
하위 끌리마: 보지로(Vaugiraut)
▶레 보르가르(Les Beauregards)
하위 끌리마: 꼬뜨 드 퀴시(Côte de Cuissy)
▶쇼메 드 딸바(Chaume de Talvat)
▶꼬뜨 드 주앙(Côte de Jouan)
◆샤블리 프리미크뤼 와인
▶도멘 드 라 뚜르 몽맹(Domaine de La TOUR Montmains)/문도비노 수입
좌안 몽맹 끌리마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언덕 쪽에 자리한 뷔또(Butteaux) 포도밭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무르익지 않은 단단한 흰복숭아, 청사과의 퓨어한 향과 잘 익은 사과 뉘앙스, 라임스톤 미네랄이 조화롭게 나타납니다. 젖산발효를 모두 거쳐 질감이 한층 부드러워졌고 스틸 탱크에서 매우 퓨어하게 양조한 뒤 일부만 선별적으로 오크 숙성을 거칩니다. 고트치즈, 에푸아스치즈, 참치 타다끼, 방어 뱃살과 같은 지방감 있는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몽맹의 포도로 만든 와인들은 오크 사용을 절제해 테루아의 순수함을 살리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신선한 시트러스 향과 함께 몽맹 밭 특유의 강렬한 미네랄리티, 짭조름한 풍미가 돋보입니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도멘 드 라 뚜르 와인들은 샤블리의 고전적인 정교함과 현대적인 깨끗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도멘 드 라 뚜르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로 1820년 오귀스트 샬모(Auguste Chalmeau)가 치트리(Chitry) 마을에 0.5ha의 작은 땅을 구입하면서 와인 생산을 시작합니다. 100년 뒤 손자 자크(Jacques)가 물려받았을 당시에는 2ha 규모였으나, 1960년대에 샤블리의 쿠르지(Courgis) 마을의 땅을 매입하며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이때 몽맹(Montmains), 코트 드 퀴시(Côte de Cuissy), 코트 드 주앙(Côte de Jouan) 등 프리미어 크뤼(1er Cru) 밭들을 확보하게 됩니다. 1992년 자크가 은퇴하면서 딸 엘리자베스와 결혼한 사위인 파리의 공무원 출신 레나토 파브리치(Renato Fabrici) 와이너리를 맡았습니다. 와이너리 이름인 ‘Domaine de la Tour’는 치트리 마을의 교회 종탑(Tour)에서 유래됐습니다. 현재는 레나토의 아들인 뱅상 파브리치(Vincent Fabrici)가 가업을 이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멘 데 트루아 베 보지로(Domaine des TROIS V Vaugiraut)/미수입
노란 과실을 중심으로 세이보리한 허브향,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 뉘앙스가 나타나고, 집중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콩비지찌개와 잘 어울립니다. 보지로는 좌안에 있지만 우안 와인의 특징인 풍부한 과실미와 우아함을 동시에 지닌 예외적인 떼루아로 평가받습니다. 보지로(Vaugiraut)는 보그로(Vosgros)의 하위 끌리마로 좌안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합니다.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과 유사한 지형 덕분에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햇볕을 충분히 받습니다. 그 결과 와인은 힘 있고 구조적인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숙성은 암포라(Amphora) 50%, 스틸 탱크 50%이며 암포라 숙성을 통해 일반적인 샤블리보다 더 크리미한 질감과 잘 익은 노란 과일 향을 이끌어냅니다.
도멘 데 트루아 베는 샤블리의 시셰(Chichée) 마을에서 2020년부터 와인을 생산한 신생 와이너리로, 현재 여성 생산자인 마조리 물뤼쏭(Marjorie Molusson)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와이너리 이름 ‘Trois V’는 도멘이 보유한 세 곳의 프리미어 크뤼 밭인 보쿠팽(Vaucoupin), 보그로(Vosgros), 보지로(Vaugiraut)의 앞글자 ‘V’에서 따왔습니다. 마조리는 와인 재배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2013년에 가업을 물려받았습니다. 이전에는 농작물 재배를 병행했으나 마조리 세대에 이르러 와인 생산에만 전념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 보호를 중시해 HVE3(High Environmental Value) 인증을 받았고 모든 와인 제조 과정은 비건(Vegan) 인증도 받았습니다. 포도밭은 약 20ha입니다. 일부 포도나무 수령은 35~60년 올드바인(Vieilles Vignes)으로 와인의 복합미와 깊이를 더합니다.
▶도멘 다니엘 기노 에 피유 롬 모르(Domaine Daniel SEGUINOT et Filles L’Homme Mort)/미수입
과실향이 풍부하고 우아한 우안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과실 향과 함께 산도가 상당히 뚜렷하게 느껴지고, 열대과일의 익은 인상과 풍부한 아로마, 복합미가 조화를 이룹니다. 오크를 사용하지 않고 스틸 탱크에서 숙성합니다. 잡채, 삼계탕, 구운 생선, 메로구이, 대구살, 흰살생선인 가자미 구이와 궁합이 매우 좋습니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푸르숌(Fourchaume)의 세부 끌리마 롬 모르 와인입니다. ‘롬 모르’는 ‘죽은 남자’라는 뜻. 과거 교수형이 집행되던 장소라는 역사 때문에 이런 독특한 이름을 얻었습니다. 롬 모르는 샤블리 우안 북쪽 끝의 푸르숌에서도 가장 북쪽 끝에 있는 특별한 구획입니다. 남서향 경사면에 자리 잡고 있어 오후 늦게까지 햇살을 받아 일조량이 매우 풍부, 과실이 풍부하게 익는 특징을 지닙니다. 특히 굴 화석이 섞인 키메리지안(Kimmeridgian) 석회암 토양의 밀도가 매우 높아 와인에 강렬한 미네랄리티와 힘을 부여합니다. 푸르숌 내에서도 가장 뛰어난 품질을 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레이블에 ‘Fourchaume’ 대신 ‘L’Homme Mort’ 명칭을 단독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리니(Maligny) 마을에 위치한 도멘 다니엘 세기노 에 피유는 1971년 다니엘 세기노(Daniel Séguinot)가 설립했습니다. 현재는 그의 두 딸인 에밀리(Émilie)와 로랑스(Laurence)가 경영과 양조를 책임지고 있어 ‘피유(Filles·딸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여성 생산자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한 스타일을 지향하며 전통적인 샤블리의 순수함을 유지하는 데 집중합니다. 포도밭의 테루아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고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한 양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샤블리 그랑크뤼
샤블리를 남북으로 흐르는 세렌강 우안에서도 남향을 살짝 바라보는 언덕 위쪽에 샤블리 최고 밭인 그랑크뤼가 몰려 있습니다. 포도밭 지도에서 보면 왕관 모양처럼 보입니다. 세렌강의 반사되는 빛이 일조량을 더해 포도를 잘 익게 도와줍니다. 샤블리 그랑크뤼 AOC는 한 개이지만 모두 7개 끌리마로 구성돼 레이블에 밭 이름을 표기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끌리마가 레 끌로(Les Clos)로 생산량이 가장 많고 그르누이(Grenouilles), 부그로(Bougros), 프뢰즈(Preuses), 보데지르(Vaudésir), 발뮈르(Valmur), 블랑쇼(Blanchot)로 샤블리 그랑크뤼가 구성됩니다. 그르누이 포도밭의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개구리들’이란 뜻으로 세렌강과 가장 가가까운 포도밭인데 인근 집들의 조명이 켜지면 개구리들이 강가로 올라와서 이럼 이름을 얻었습니다.
◆샤블리 그랑크뤼 와인
▶도멘 장 꼴레 에 피스 발뮈르(Domaine Jean COLLET & Fils Valmur)/비노테크 수입
완전히 익은 과실의 풍미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랑 크뤼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오크 숙성을 통해 버터스카치, 시나몬, 베이킹 스파이스, 토스티한 향과 토피 사탕을 연상시키는 풍미가 풍부하게 나타납니다. 입안에서는 산도가 매우 라운드하게 느껴지고 질감이 부드러우며 여유로운 인상을 줍니다. 전반적으로 그랑 크뤼 샤블리의 농밀함과 풍부함을 잘 보여주는 와인으로 풍미가 깊은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228ℓ 오크에서 발효 및 숙성을 18개월 진행해 효앙금 숙성(쉬르리·Sur lies)하여 풍미를 극대화합니다.
발뮈르(Valmur)는 샤블리 와인의 정점이라 불리는 7개의 그랑 크뤼중 하나로, 이 도멘의 기술력이 집약된 최상위 퀴베입니다. 발뮈르는 샤블리 그랑 크뤼 언덕의 한복판, ‘레 클로(Les Clos)’와 ‘보데지르(Vaudésir)’ 사이에 위치한 가장 균형 잡힌 포도밭으로 평가받습니다. 발뮈르는 ‘골짜기(Valley)’는 뜻으로 오목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람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열기가 잘 보존됩니다. 아주 깊은 층의 키메리지안 석회암과 진흙이 섞여 있어 와인에 강력한 힘과 견고한 구조감을 부여합니다. 일조방향은 남향과 남서향을 모두 포함해 포도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완벽하게 익는 조건을 지녔습니다.
장 꼴레 에 피스는 1792년부터 샤블리에서 포도를 재배한 유서 깊은 가문으로 1954년 장 콜레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도멘을 설립했습니다. 현재는 4대째인 로맹 콜레(Romain Collet)가 운영하며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샤블리의 테루아를 가장 정직하게 표현하는 생산자 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토양의 생명력을 강조합니다. <샤블리 와인 가까이 들여다보기④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