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가석방된 뒤 전자장치를 훼손해 재구금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5년 전 여자친구의 언니를 권총으로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복역한 바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1부(이주연 부장판사)는 최근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경남 사천시 주거지에서 가위로 전자장치를 잘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 사건으로 가석방이 취소돼 다시 구금됐다. 이에 앞서 A씨는 2020년 9월20일 전 여자친구 언니 B씨의 세종시 소재 집에 무단으로 침입, 해외에서 밀반입한 권총으로 B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2021년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9년 3월 만남 주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C(당시 41)씨를 만났다. 이들은 결혼을 전제로 동거도 하는 등 같은 해 8월까지 만남을 이어갔다. 그런데 교제 도중 A씨의 여자 문제 등으로 크게 다투며 사이가 멀어졌고 결국 헤어졌다. A씨는 결혼 성사를 위해 자신의 주 수입원이었던 펜션을 정리해 만든 2억4900만원을 C씨에게 건넨 상황이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언니인 B씨 반대로 헤어지게 됐다고 생각해 B씨와 C씨에 대한 앙심을 품게 됐다.
A씨는 2019년 12월2일 요트로 항해하며 세계 일주를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크로아티아로 출국했다. 크로아티아에서 15t급 요트를 구입한 A씨는 이듬해 2월17일 스플리트항에서 항해를 시작했다. A씨는 출항 전 크로아티아에 머물면서 ‘C씨가 금전을 목적으로 결혼을 약속한 뒤 헤어졌다. 꽃뱀에게 속았다’는 취지의 허위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또 B씨에겐 “C씨의 사진, 동영상을 전부 유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1억원을 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돈을 돌려받지 못했고, 항해를 계속하던 중 피해자들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보복을 결심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경유지인 필리핀에 들러 반자동 권총 1정과 실탄 100발을 500달러를 주고 구매해 살해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9월17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 도착한 A씨는 인근 해상에서 화물선과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다. 입국 심사를 받아야 했지만, A씨는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9월20일 권총을 들고 택시를 탄 뒤 세종시 아파트로 향했다.
현관문 근처 비상계단에서 실탄 17발을 권총에 장착한 채 기회를 엿보던 A씨는 B씨가 자녀의 과외교사를 맞이하기 위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을 노려 침입, B씨에게 권총을 겨눴다. A씨는 B씨에게 “내가 여기 올지 몰랐지. 너희들 다 쏴 죽이려고 왔다. 전부 죽여버리겠다”며 총알이 탄창까지 다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2시간 이상 B씨를 향해 총을 겨눈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시간30분에 걸쳐 A씨를 설득했고 A씨는 결국 범행을 중단했다. “신고하지 않겠다”는 B씨의 말을 듣고 집을 나온 A씨는 몇 시간 뒤 스스로 세종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A씨는 법정에서 권총을 구매한 건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또 C씨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그의 언니를 찾아갔으며 권총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겨눈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해외에서 권총을 구매한 다음 날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적은 점, 해적 퇴치용이라고 진술한 권총은 여행을 시작할 때가 아닌 입국 보름 전 구매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 쌍방으로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1년 12월 1심보다 6개월 감형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준 돈을 돌려달라고 협박했고 절차를 무시하고 요트로 항행하다 피해자들을 살해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권총을 샀다”며 “B씨를 찾아가 상당 시간 총을 겨눴고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이 처벌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죄사실을 전부 인정한 점,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버린 장소를 수사기관에 알렸고 돈을 돌려받기 위해 다투는 과정에서 가족까지 고소당하자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후 복역 중 가석방됐지만 보호관찰 기간 중 전자장치를 훼손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1심 재판부는 A씨가 가석방 기간 범행한 점은 불리한 정상으로 보면서도 A씨가 반성하고 범행이 1회에 그친 점 등을 종합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