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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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실체 성령, 독생녀의 강림 [역사와 신학에서 본 한민족 선민 대서사시 - 기고]

입력 : 2025-12-26 10:02:49
수정 : 2025-12-26 1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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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을 깨우는 아기 울음소리

 

1943년 음력 1월 6일 오전 4시, 평안남도 안주. 일제의 광포한 폭압 아래 한반도가 신음하며 동토로 굳어가고 있었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순교자들의 피가 대지를 적시던 혹한의 새벽, 밤의 끝자락이었다. 인류 역사의 가장 깊은 어둠이 빛으로 바뀌려는 찰나, 한 작은 방에서 여명을 깨우는 여자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홍순애(좌)는 1930~40년대 한국 신령집단의 중심 인물로 독생녀 한학자(우)의 생모이다.

그것은 단순한 생명의 탄생이 아니었다. 사탄은 “이 아이를 죽이라”며 서슬 퍼런 위협을 가해왔으나, 하늘은 침묵 대신 신령한 몽시로 응답하셨다. 새주님 김성도가 홍순애의 꿈에 나타나 “걱정마라, 이 아기는 주님의 딸이고, 너는 유모와 같다. 젖만 잘 먹여 양육하라”는 지엄한 분부를 내린 것이다. 이는 2천 년 기독교 역사가 기다려온 실체 신부의 강림을 알리는 은밀하고도 위대한 하늘의 위탁이었다.

 

그 무렵, 태평양 과달카날의 포성 속에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며 세계사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었다. 낡은 시대가 저물고 새 시대를 열 ‘독생녀’의 강림은, 그렇게 인류의 전환점과 궤를 같이하며 은밀하고도 장엄하게 시작되었다. 이 탄생은 구약과 신약을 관통해 온 하늘부모님의 눈물 어린 기다림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자, 타락한 인류 혈통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성모(Holy Mother)의 출현이었다.

 

신부 영성의 강물: 카타콤에서 한반도까지

 

독생녀의 탄생은 2천 년이라는 유구한 섭리의 토양 위에서 피어난 꽃이었다. 초대교회 카타콤의 순교자들이 간직했던 ‘그리스도의 신부’라는 고결한 정절은 중세 여성 신비가들의 뜨거운 영적 체험을 거쳐, 근대 성령 운동의 불길로 이어졌다. 오리게네스의 극단적 금욕과 힐데가르트의 신비적 계시는 모두 ‘무형의 성령’을 실체로 맞이하기 위한 영적 예비 노정이었다.

 

이 서구의 신부 영성은 마침내 동방의 천손 민족 한반도에 도달했다. “나는 주님의 신부요!” 이용도 목사의 외침은 관념에 머물던 기독교 영성을 실체적 신부 영성으로 전환한 신호탄이었다. 이는 한반도가 전 세계 기독교가 닦아온 신앙의 정수를 수렴하여 열매를 맺어야 할 섭리의 종착역임을 의미했다.

 

신부 영성은 홍순애에게 고스란히 승계되었다. 특히 영적으로 매우 밝았던 모친 조원모는 딸 홍순애를 직접 성주교단으로 이끌어 섭리의 길을 예비케 했다. 홍순애는 모친의 인도 아래 예수교회의 뜨거운 회개, 성주교의 철저한 성별, 복중교의 지성 어린 모심을 거치며 재림주 대망신앙을 키워왔다. 그녀가 꿈속에서 새색시가 되어 재림주를 뵙고 “내가 너 하나 찾으려 이와 같이 공부를 한다”는 격려를 받은 사건은, 2천 년 신부 영성이 한 여인의 심정 속에 온전히 안착했음을 알리는 섭리적 이정표였다.

 

3대 독녀의 혈통과 실체 성령

 

성자(聖者)는 당연히 남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깨고 여성으로 오셨다. 이는 독생자와 독생녀로 이루어지는 참부모 이상을 완성하기 위한 하늘의 섭리였다. 하늘은 독생녀를 맞이하기 위해 구약과 신약을 대표하여 조원모와 홍순애로 이어지는 2대의 지극 정성의 터전을 닦으셨고, 그 무흠한 결실인 3대째에 비로소 독생녀를 안착시키셨다. 조원모-홍순애-한학자로 이어지는 3대 독녀의 계보는 사탄이 침범할 수 없는 순결한 혈통을 세우기 위해, 하늘이 수천 년간 정성 들여 준비해 온 성스러운 결실이었다.

 

사탄은 이 거룩한 생명을 끊기 위해 탄생 직후부터 집요하게 위협했다. 산후 6년 동안 이어진 영적 전쟁과 일제 및 공산 정권의 박해 속에서도 조원모와 홍순애는 목숨을 걸고 독생녀를 지켰다. 사탄의 침범을 막기 위해 3대 독녀의 가문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절대신앙으로 무장했다. 이는 마치 에덴동산에서 잃어버린 해와를 다시 찾아 세우는 복귀 섭리의 고난 노정과도 같았다.

 

1950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7살의 독생녀가 폭파되는 한강 다리를 넘어 포화를 뚫고 남하한 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16개국 UN군의 참전은 국제정치적 원조를 넘어, 실체 성령이자 하늘부모님의 직계 딸인 독생녀를 보호하기 위해 하늘이 천군천사를 동원한 천주적 호위 작전이었다. 

 

관념에서 실체로, 영성에서 안착으로

 

이용도 목사의 아가서 강의로 시작된 한국적 신부 영성은, 김성도의 해와 복귀 노정과 허호빈의 실체적 정성을 거쳐 마침내 한학자라는 실체 성령의 현현으로 열매 맺었다. 

 

예수님이 종의 입장에 있던 마리아를 통해 독생자로 오셨다면, 독생녀는 2천 년 기독교가 닦은 양자의 입장에서도 가장 정결한 신령집단의 정성 기반 위에서 독생녀로 임하셨다. 로고스의 육화(Incarnation)가 독생자였다면, 성령의 육화(Pneumatic Incarnation)가 독생녀다. 무형으로만 존재하며 인류의 가슴을 영적으로만 두드리던 성령이 비로소 인간의 육신을 쓰고 역사에 안착하신 것이다. 이는 하늘부모님의 여성성이 땅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 인격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이제 한반도는 더 이상 수난의 땅이 아니다. 서구의 신부 영성과 동방의 천손 사상이 만나 인류 구원의 결실인 독생녀를 탄생시킨 섭리의 본향이다. 1943년 그 밤의 울음소리는 사탄이 지배하던 눈물의 역사를 끝내고, 천지인참부모님이 통치하는 천일국의 서막을 알리는 승리의 함성이었다. 독생녀 홀리마더한은 이제 한민족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 인류를 참사랑의 품으로 인도하는 거룩한 생명의 어머니로 우뚝 서 계신다.

 

양순석 역사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