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아동의 해외입양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6·25 전쟁 직후인 1953년 전쟁 고아 대책의 하나로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73년 만이다. 2029년까지 해외 입양을 완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을 아동정책조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했다. 아동정책기본계획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계획으로, 이번 3차 계획은 이재명정부의 아동정책 청사진이다.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기본사회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5년간 총 35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대목은 해외입양 중단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대한민국은 한때 ‘아동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썼다”며 “국가가 입양인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7월 도입한 ‘공적 입양 체계’를 안착시키고, 해외 입양을 단계적으로 축소, 2029년엔 ‘0’명을 목표로 세웠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2000명대였던 해외입양 아동 수는 2020년 232명, 지난해 58명, 올해 24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발생한 24건은 공적 입양 체계로 개편하기 전에 발생한 사례”라며 “3차 계획 시기인 2029년까지는 해외 입양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불가피하게 해외 입양을 할 때는 복지부가 중앙당국으로서 해외 당국, 관련 기관과 상호 협의해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차관은 “그동안 민간 중심의 입양에서 아동의 이익을 우선으로 했더라도 다른 이해관계들이 있었을 수 있다”며 “이제 공적 입양체계로 개편했고, 그동안 국내 입양 활성화 조치들이 많이 시행되어온 만큼 2029년 해외 입양 0명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보호 대상 아동이 일정 기간 가정에서 성장하는 가정위탁 제도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한다. 기존 지역 단위 관리 체계에서 지역 간 ‘칸막이’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국가 관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위탁 가정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보호할 전문 위탁가정도 확대한다.
위탁 부모의 일상 양육에 필요한 법적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동 학교 입·전학, 병원 진료, 은행 계좌·휴대전화 개통 등 필수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위탁부모에 제한적 법정 대리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 아동이 원가정 부모와의 끈을 놓지 않고 복귀할 수 있도록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아이를 온전히 키울 수 있도록 양육 지원 체계도 대폭 강화됐다. 아동수당은 내년 1월부터 지급 연령을 2030년까지 매년 1세씩 상향하고,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에는 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지역별 차등 지급 근거를 담은 아동수당법 개정안이 여야 이견으로 국회에서 아직 통과되지 않아 정부 계획대로 지급을 확대하는 데 제동이 걸려있는 상황이다.
일하는 부모가 아동을 돌보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단기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고, 유연근무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아동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과의존에 대응해서는 예방·상담을 늘리고 민간과 협력해 기업의 자율규제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른 이동의 기본권, 아동정책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 등을 명시하는 ‘아동기본법’ 제정은 계속 추진한다. 현행 사법·행정절차에서 제한된 아동의 의견표명권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