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뒤 남은 일회용컵은 대부분 재활용이 아닌 소각 처리됐다. 정부가 이러한 실태에서 벗어나 일회용컵이 실질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넣도록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 및 23일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를 통해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 안을 공개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카페 등 식품 접객업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 사용 대책이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는 음료값에 컵값(300원)을 더해 판매하고, 컵을 반납할 때 이를 돌려주는 보증금제를 시행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소상공인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2022년 6월 전국 시행이 같은 해 12월 세종∙제주 시행으로 축소됐다. 결국 윤석열정부 들어 전국 확대를 취소하면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끝났다.
이재명정부가 보증금제 대신 새로 도입하는 것은 가칭 ‘컵 따로 계산제(컵 가격 표시제)’다. 컵 따로 계산제가 시행되면 기존 커피 가격에 내재화됐던 일회용컵 가격이 영수증에 별도로 표시되게 된다. 컵 가격을 별도로 매기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컵 가격이 빠진 음료 가격에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일회용컵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여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감량하는 것이 목표인 제도다.
플라스틱 정책의 두 축은 생산 감량과 재활용 비율 증가다. 이재명정부가 컵 따로 계산제와 쌍을 이루는 재활용 정책으로 내놓은 것이 EPR 편입이다. EPR은 생산자가 재활용의무를 이행하는 분담금 제도다. 생산자가 해당 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납부하고, 조합은 이를 재활용업체 실적에 따라 재활용지원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그동안 재활용 업계에서 외면받던 ‘말썽꾸러기’였다. 일단 재활용이 어려웠다. 최근까지도 업체마다 재질이 다양했다.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컵이 대부분이었지만, 폴리스티렌(PS)컵이나 폴리프로필렌(PP)컵도 상당해 재활용 현장에서 분류가 쉽지 않았다.
분류도 어려운데 수익을 내기도 어려웠다. 기존까지 일회용컵 생산자는 폐기물 부담금을 지불했는데, 이는 컵의 최종 재활용 여부와 무관한 비용이다. 재활용 업체가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으니 대부분의 컵은 재사용 대신 소각으로 처리됐다.
EPR 도입이 검토되는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부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PET컵 생산 비용이 낮아졌고, 최근엔 재질이 거의 통일됐다”고 설명했다. 분류가 쉬워진 상황에서 EPR이 도입되면, 재활용업체들도 컵을 처리할 유인이 생긴다. 생산자들도 재활용 참여 유인이 기존 폐기물 분담금 때보다 강해진다. 기후부 관계자는 “EPR 분담금은 제품 재활용 처리가 되면 줄어드는 인센티브나 의무 비율을 지키지 못할 때 내리는 디센티브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가 새로 분담금을 낸다면 혹시 커피값이 오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기후부는 “일회용컵에 어느 정도 분담금을 매길지는 아직 산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기존 폐기물 부담금보다 EPR 분담금이 적었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새해 EPR 편입이 확정된 플라스틱 완구류의 경우 생산자 분담금이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재활용 의무율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일반적으로 EPR 분담금이 더 낮아야 생산자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확언할 순 없어도 지금까진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